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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은 별과 함께 가스 성운에서 탄생한다. 태양과 지구 역시 46억 년 전 가스 성운에서 뭉쳐진 가스와 먼지에서 태어났다. 물론 대부분의 가스는 중력에 의해 중앙으로 몰려 태양을 형성했고 중력에 이끌려 왔지만, 태양에 포함되지 않은 남은 가스와 먼지는 태양 주변을 돌면서 행성, 소행성, 혜성이 됐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계속해서 아기별과 그 주변을 관측하고 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외계 물리학 연구소(MPE)의 도미니크 세구라-콕스와 그 동료들은 칠레에 있는 강력한 전파 망원경인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이용해 지구에서 470광년 떨어진 가스 성운인 L1709을 관측했다. 여기에 생성된 지 50만 년에 불과한 아기별인 IRS 63이 있기 때문이다.
50만 년은 인간의 기준으로는 아득한 세월이지만, 천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신생아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 시간 동안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 단계에서 아기별이 먼저 생성된 후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모아 원시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 후 원시 행성이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생성된다.
사진=IRS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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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IRS 63 관측 결과는 이런 예상과 달랐다. IRS 63은 아직도 주변에서 가스를 흡수하면서 성장하는 아기별이지만, 그 주변에 있는 원시행성계 원반은 새로운 행성의 생성 증거인 고리(ring)와 간극(gap)을 가지고 있었다.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간극이 생성되는 주된 이유는 물질을 흡수하는 원시 행성 때문이다. 원시 행성은 지구에서 관측하기에 너무 어둡지만, 고리와 간극의 존재는 다른 이유로 설명하기 힘들다. 사람으로 치면 아기가 아기를 낳는 일이 우주에서 벌어진 셈이다.
참고로 IRS 63의 고리는 두 개 존재한다. 태양계와 크기를 비교하면 안쪽 고리는 해왕성 궤도에 해당되며 두 번째 고리는 명왕성궤도보다 더 먼 거리에 있다.(사진 참조) 행성은 이 고리 안쪽에 있는 간극에 있는데, 정확한 질량과 크기는 아직 모르는 상태다. 다만 연구팀은 여기에 목성 질량의 0.03배 정도 되는 암석 행성이 있다면 고리에 있는 가스를 끌어 모아 목성급의 거대 가스 행성으로 자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관측 결과가 의외인 이유는 주변에서 가스를 모으면서 커지는 아기별 주변에서는 행성이 생성되더라도 결국 별로 흡수되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IRS 63 관측 결과는 별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원시 행성이 삼켜지지 않고 살아남아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경우가 일반적인지 아니면 드물게 일어나는 일인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는 행성의 탄생 역시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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