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보석 취소로 재수감되는 전광훈 목사가 9월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자택에서 호송차로 이동하던 중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9.7/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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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수정당의 근간은 '노태우-김영삼-김종필' 3당 합당으로 1990년 창당한 민주자유당이다. 야합(野合)이란 꼬리표가 붙을지언정 적어도 군사파쇼정당의 외피는 벗었다.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갔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논리가 궤변이더라도 결과적으로 독재의 시대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30년이 흘렀다. 국민의힘 당 대표실(비상대책위원장실) 벽에는 여전히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건국-산업화-민주화의 상징으로서 한국을 이끌어왔다는 보수정당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할 대한민국 4.0 시대에 보수정당은 아직도 표류 중이다. 미래가 아닌 과거에 발목 잡히고 품격은커녕 수준을 의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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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에 흔들리는 보수, 근본가치·신뢰 다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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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마디로 보수가 신뢰를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문민정부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함께 물러나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뒤 다시 보수가 집권했지만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이명박은 박정희 시대 경제정책의 상징이고 다른 한 지도자(박근혜 전 대통령)는 직접적인 자녀로서 두 사람 다 박정희 시대 정신을 대변한다"며 "(보수 재집권 후) 국민들이 다시 국가를 믿고 맡길 만한 정책적 국가 비전을 제시한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명박근혜 시대'가 탄핵이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고 궤멸로 몰린 보수는 태극기로 상징되는 극우와 뒤엉켰다. 김종인 체제에서 변화를 꾀하지만 '8.15 집회' 논란에서 보듯 국민들의 눈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신뢰를 잃은 데다 강력한 지도자라는 구심점마저 사라지자 '전광훈류'의 선동가에나 휘둘리는 신세로 전락한 모양새다.
극우와 결별하지 못할수록 보수의 근본가치에서는 더 멀어지고 신뢰를 회복할 길도 요원해진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민의힘은 좌클릭이니 중도클릭이니 하기 이전에 시대 퇴행적인 주장을 일삼는 세력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등 참석자들이 2019년 1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서거 4주기 '자유민주주의자 김영삼의 시대정신과 오늘' 추모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11.25/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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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에 책임' 보수의 자격…5.18 민주화운동특별법 만든 자산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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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근본가치는 공동체에 있다. 30년 전 민주자유당 강령 1번에는 '화합하는 정치문화 정착', 2번에는 '형평과 균형을 통하여 모두가 잘 사는 복지경제', 3번에는 '모두가 믿고 살 수 있는 공동체 사회'가 포함됐다. 정책 1번은 '책임정치를 구현한다'였다.
통합과 화합, 공동체의 안전과 유지, 그것에 대한 책임은 보수의 핵심이자 존재의 이유다. 설사 명분에 그치더라도 공동체를 지키는 이 같은 능력에 최소한의 신뢰를 받는 게 보수의 자격이다.
극우와 섞이면 스스로 쌓아온 자산과 자기 정체성도 부인하는 꼴이 된다. 1995년 김영삼 정권에서 통과시킨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1조에는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민주화를 정착시키며 민족정기를 함양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5.18 민주화 운동을 기리는 일이 국가기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같은 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 시킨 것도 보수정당이 한 일이다. 5.18 특별법을 만들고 독재자들을 감옥에 넣고도 '반민주'로 낙인 찍혀 있는 게 보수정당의 코미디 같은 비극이다. 보수와 극우가 적당히 공존해온 탓이다.
극단적 배제와 색깔론적 공격, 방역도 비웃는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는 극우는 '공동체의 유지·발전'에 방점을 찍는 보수의 가치를 파괴한다.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터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참석 후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10.16/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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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와 단절, 과감히 결단해야…끊지 못하면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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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별은 쉽지 않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번 개천절 집회 등에서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 비판을 하지는 않는, 거리는 두지만 굳이 내쫓지는 않는 그런 모습"이라고 말했다.
거대 여권을 상대해야 하는 야당으로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태극기 부대의 '전투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황교안 전 대표가 그랬다. 황 전 대표와 월례 공부모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태극기 세력과 관계를 끊으라고 수차례 강력히 조언을 했지만 결정을 못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극우와 헤어지지 못하면 중도층과 만날 수 없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김종인 위원장이 중도로 가겠다고 강령도 바꾸고 했지만 정작 황교안 체제와 뭐가 달라졌느냐"며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과 확장을 통한 수권능력 확보를 위해서도 극우와 단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도는 당연하고 진보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당내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보수는 헤쳐모여 다시 한번 해야 하고 극우 등 버릴 건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진 , 권혜민 , 김상준 , 유효송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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