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서초동살롱]신라젠과 라임, 추미애와 윤석열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머니투데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상견례를 위해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각각 들어서고 있다. / 사진=과천(경기)=이기범 기자 leek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사'가 금융 사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통해 여권 인사의 비리를 캐내려 했다. 그 '검사'는 소위 '윤석열 사단'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배후에서 정권을 겨냥힌 타깃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불붙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즉각 나섰다. 검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법무부가 직접 감찰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졌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윤 총장의 이름이 언급된 '검찰 로비 문건'을 꺼내 들자 추 장관 취임 이후 두 번째로 법무부 직접 감찰이 실시됐다. 첫 번째는 지난 6월 '검언유착' 의혹을 받은 한동훈 검사장이었다.


김봉현 폭로…'검언유착' 사건과 비슷한 전개



김 전 회장의 폭로 내용과 추 장관이 꺼내든 법무부 직접 감찰 카드, 그 배경이 서울남부지검이라는 것까지, 이번 사건은 '검언유착' 의혹 당시의 사건 전개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한 검사장이 얽힌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신라젠' 사건은 지난 2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에 배당돼 주가조작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일부 여권 인사 개입 여부를 수사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낭설이 만들어졌다. 윤 총장의 '최측근' 검찰 고위 간부가 기자를 통해 신라젠 수사 방향을 암시하며 유 이사장의 비리를 폭로할 것을 종용했다는 '검언유착' 의혹이 여기에 가세했다.

여권 인사와 '제보자X'라는 인사가 이를 부추겼고 또다른 방송사가 이를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까지 '검언유착'을 예단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는 현재까지도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라임 사태 역시 올 초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배당돼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초반부터 여권 인사 명단이 나돌면서 권력형 게이트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펀드 판매 및 운용 사기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여권 인사들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려던 참이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10.31/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 특검' 근무한 '윤석열 사단' 언급 왜



김 전 회장이 폭로한 내용은 언론과의 유착 부분만 빼면 '윤석열 검찰'이 여권 인사의 비리를 캐려 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지난해 7월 룸살롱에서 1000만원어치 술접대를 했다고 밝힌 검사 3명을 '윤석열 사단'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라임 수사팀을 만들 경우 합류할 검사들로 소개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윤 총장과 가까운 A변호사를 통해 라임 수사팀이 꾸려질 계획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이 중 1명이 추후 수사 책임자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특히 이들 검사에 대해 '윤석열 사단'이란 표현과 함께 '삼성 특검 등 함께 근무'란 설명을 덧붙여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석열과 함께 한동훈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붙여놓은 설명같다"며 "실제 김 전 회장이 지목한 검사는 한 검사장과 근무연이 많다"고 지적했다.

A변호사는 '윤 총장의 운명'을 들먹이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줄' 모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잡게 도와주면 직접 윤 총장을 만나 보석으로 풀려나게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채널A 기자 역할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인데 유 이사장 대신 강 전 수석이 제물이 된 셈이다.


여당 180석 장악 이후 정치인 조사…수상한 김봉현 폭로



김 전 회장이 수사팀의 행태에 의혹을 제기한 부분은 정치인 사건에 집중된 조사였다. 지난 4월 체포된 이후 5월 초부터 조사를 받게됐는데 자신의 회사 피해 관련 사건은 제외하고 정관계 로비 의혹만 파고들었다는 거다. 시기 상 4·15 총선 이후에서야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미뤄왔던 정치권 관련 수사를 시작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윤 총장 측이 정권을 타깃한 수사를 의도했다면 '검언유착' 의혹 프레임처럼 총선 전에 여권 인사 비리를 캐려고 했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라임 수사는 신라젠 수사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두 명은 수수 금액이 적어 수사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윤 총장의 '전체주의' 연설 이후 방향을 급선회해 수사를 진행했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의 해당 연설은 8월 초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이뤄졌다.

이미 수사팀이 기동민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모 국회의원,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김모 전 열린민주당 대변인의 금품수수 및 로비 정황 등에 대한 물증과 진술 등을 확보하고 소환 준비를 마친 다음이다. 석달 넘게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수수 금액을 500만원으로 줄여서 적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룸살롱에서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다는 김 전 회장의 주장 역시 접대 당사자 중 한명인 A변호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 중이다. 당시 동석자들은 라임 수사팀은 물론이고 현직 검사들도 아니었다는 것. 또 윤 총장 운운한 말들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A변호사가 윤 총장과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부장검사로 검찰을 떠난 사람이 검찰총장에게 직접 청탁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차질…윤석열, 옵티머스 수사 물타기 움직임 차단



물론 여권 인사 뿐 아니라 야당 인사, 검사 및 검찰 수사관 등에게도 돈을 건넸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면 이는 검찰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만한 일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감찰을 통해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시에는 그런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날 서울남부지검에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로비 의혹 전반에 관한 수사와 함께 현직 검사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수사해 범죄 혐의 유무를 엄정하고 철저하게 규명하도록 지시했다. 김 전 회장의 폭로가 나온 지 하루만에 나온 대응이다. 여권에서 윤 총장의 '검찰 게이트'로 몰아가며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사태나 라임 사태 수사를 물타기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김 전 회장의 이번 폭로는 여권에는 여러가지 반사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검찰의 정관례 로비 의혹 수사가 크게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김 전 회장의 진술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강 전 수석은 물론 기동민 의원 등 기소 대상으로 거론됐던 여권 인사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사팀으로선 야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놔야하는 부담이 생겼다.

여권 일각에선 검사 로비 폭로에서 '윤석열 사단'이 언급되면서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나아가 수사 가능성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추 장관 아들 의혹과 옵티머스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리던 국정감사에서 공세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