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서 '살라미나 병' 본 뒤 "역사의 무게"
르포르 대사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아 '신왕실도자' 특별전을 관람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직지 반환과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은 프랑스로 건너간 직지를 보고 싶어하는데 입장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라는 질문에 "오늘 그 문제를 언급할 적절한 장소나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대사의 말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하자 "질문의 요지를 아주 잘 이해했다고 답변드리면 될까"라며 양국 사이에서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입장을 보였다.
직지는 서양의 최고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상(上), 하(下) 2권으로 간행됐다. 원본은 현재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 이후 초대 공사와 3대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 국내에서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직지 반환과 관련한 질의에 "여러 경로로 영구임대 방식 등 제안을 했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외교부와 유네스코와 노력을 계속해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살라미나 병' 살펴보는 필립 르포르 대사 |
르포르 대사는 이날 특별전에서 '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역사의 무게"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또 "대단히 아름답다고 느꼈고, 감개무량하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성공적인 양국의 협력 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며 "대단한 상징을 담고 있다. 한국의 미래, 조선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선과 프랑스의 수교를 상징하는 이 병은 1886년 조불수호조약을 기념해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이번 특별전에서 공개됐다.
양국 간 문화교류에 대해서는 "과거 유물뿐만 아니라 현대, 미래의 예술을 위해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그림부터 가상공간에서의 예술까지 다 포함된 교류다. 창의력이 무궁무진한 아티스트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부임한 그는 "한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빛을 발하는 놀라운 문화 위상을 생각한다"며 "오늘 한국의 중요한 힘이 바로 문화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1년의 임기를 보낸 소회도 밝혔다.
그는 이날 특별전을 약 30분가량 관람하면서 조선백자에 "종교적인 의미가 있느냐" 등 적극적으로 학예연구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프랑스 도자기가 나오자 "정교한 장식이 특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별전 관람 전 김동영 관장과의 차담에서는 "일제강점기가 있었지만 이후 정치, 문화, 경제,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잘 극복한 후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분명히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관장은 "주한 대사 중 처음 박물관을 방문해 의미가 있다"며 "프랑스도 코로나 상황이 많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프랑스 국화 '아이리스'의 꽃말처럼 좋은 소식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주한 프랑스 대사와 대화하는 김동영 관장 |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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