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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충북도의회, 청남대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 상정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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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가까이 소모적 논쟁…도·의회 책임 떠넘기기 급급

道, 공감대 없이 추진…도의회, 조례 제정 설레발 합작

청주CBS 최범규 기자

노컷뉴스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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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의회가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놓고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반년 가까이 소모적 논쟁만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충청북도와 도의회는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16일 충청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에 대한 상정을 보류했다.

행문위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조례를 제정할 경우 이미 발생한 행정행위의 소급입법 적용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는 다수 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보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법제처나 고문변호사를 통해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친 뒤 상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청남대 대통령 동상 문제처럼 도가 행정행위를 함에 있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도민의 비판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겠다"며 "잘못된 안내문이나 전시물을 즉시 교체할 것 등도 권고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의원 발의를 통해 조례 제정을 추진해놓고 정작 안팎의 반발에 부딪히자 뒤늦게 동상 철거 문제에 대해 손을 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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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에 있는 전두환(왼쪽)·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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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5월 충북 시민단체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와 대통령길 폐지를 촉구했다.

'군사 반란자'인 두 전직 대통령을 기념하는 동상과 길을 두는 것은 비뚤어진 역사의식이라는 이유에서다.

도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곧장 동상 철거에 속도를 냈다.

이시종 지사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동상 철거와 산책로 명칭 폐지 등을 추진했다.

도의회 역시 관련 조례를 만들어 동상 철거 근거를 두겠다고 맞장구쳤다.

하지만 이내 보수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조례안 상정이 수차례 보류되는 등 공전을 거듭했다.

각계의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로 수개월 미뤄지다 지난 14일 겨우 구색을 갖췄다.

도의회는 충분한 여론 수렴이 이뤄졌다고 보고 조례 제정을 서둘렀지만, 끝내 본회의는커녕 상임위 상정조차 못하고 말았다.

도는 부족한 공감대에도 무리하게 동상 철거를 추진해 갈등의 불씨를 당겼고, 도의회는 없던 조례까지 만들어 보겠다며 설레발을 쳤지만 결국 논란만 증폭시킨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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