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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공공보호체계 첫달부터 또 ‘비극’…또 역할못한 경찰[잇단 아동학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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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형제 화재사고’와 판박이…3회 출동 ‘유명무실’

‘코로나 레드’로 아동학대 늘었지만 현장조사는 급감

고민정 의원 “2회 이상 현장출동시 분리 의무화해야”

헤럴드경제

경찰 로고.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정부가 부모가 없는 집에서 조리 중 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의 사고를 계기로 ‘공공 아동보호체계’를 가동한 첫 달부터 16개월된 영아가 학대 의심 정황과 함께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해당 아이에 대한 신고가 세 차례나 진행됐지만, 경찰과 관련기관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진 A양의 사망 원인에 대해 15일 수사에 착수했다. 병원 도착 당시 A양은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온몸에 멍과 상처가 있었다. 이를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한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해당 아동에 대한 학대 신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A양이 지난 1월 30대 부부에게 입양된 후 세 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 지난 5월 A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직원이 A양의 몸에서 멍자국을 발견하고 첫 신고를 했다. 한 달 뒤엔 “아이가 차 안에 홀로 방치돼 있다”며 다시 신고가 들어왔고, 지난달에는 A양이 다니던 소아과 원장이 “A양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며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매번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A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당사자, 주변 목격자, 전문가 등과 함께 조사해 학대 여부를 확인했다”며 “당시에는 학대로 단정할 수 있는 정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일자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달 15일 “점검단을 구성해 이전 3건의 신고가 규정에 맞게 처리됐는지 확인하고 양천경찰서에서도 이번 사망 건과 이전 신고 내용에 대해 철저하게 재수사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 차례 신고’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 사고와 판박이=하지만 이번 사고는 지난달 인천에서 부모 없이 방치돼 음식물 조리 중 중화상을 입은 형제의 사고와 판박이다. 당시에도 지난해부터 세 차례나 이웃의 신고로 학대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됐고,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상담에 나섰으나 비극을 막지 못했다.

특히 이달은 정부가 해당 사고를 계기로 공공 아동보호체계를 가동한 첫달이다. 이달 7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창녕 아동학대 사건’,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 사고 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책임을 통감했지만, 초등학생 돌봄교실, 저학년 우선 등교 등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들에 대한 대처에 치중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영유아 학대에서 치안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직접적으로 학대 여부를 진술하기 힘든 영유아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만큼 전적으로 이웃의 신고와 정부의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인천 초등학생 형제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신고가 있었고 현장 조사도 진행됐지만, 경찰과 관련 기관이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21대 국회에서 ‘현장 출동, 학대 현장 발견 등이 2회 이상 이뤄진 경우 반드시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로 인도해 학대행위자와 서로 분리되도록 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경찰·아동기관과 진행한 세미나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경우 처음부터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보다는 이미 관련 기관에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친권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심각한 법 집행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당장 분노와 흥분상태에 놓여 있는 부모와 일시적으로 분리해 아동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레드’로 아동학대 늘었지만 현장조사는 급감=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하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학대 의심 아동에 대한 사후 조치도 미비하다. 2018년부터 시작된 시스템은 학대 위험 가구를 예측하고 발굴하는 제도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스템을 통해 17만4078명의 아동이 학대 의심 사례로 분류됐으며, 이 중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되는 14만2715명(82%)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조사 이후 실제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의 개입이 이뤄진 경우는 단 96명(0.07%)에 그쳤다. 이는 아보전이 피해 아동을 발견·조치하는 비율(0.3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하고도 절차상 이유로 생사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연간 3000여 명에 달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실효성이 더욱 떨어진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시스템에 등록된 학대 의심 아동 2만860명(74.9%) 가운데 가정 방문 조사가 이뤄진 경우는 25.1%인 5246명에 불과했다. 특히 2분기에는 가정 방문 조사는 물론 학대 의심 아동 분류 작업도 진행되지 않았다. 강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시 25개구 취약계층 아동 평균 6000여 명 가운데 2000여 명만 가정 방문 상담이 이뤄졌고 나머지는 전화 상담으로 대체됐다.

반면 ‘코로나 레드’(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공포·분노)에 양육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아동학대는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아동학대 관련 검거 건수는 3314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19.4%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하는 아동학대 방지가 번번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초·중등학생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영유아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관련 학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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