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필기 붙으면 내년 시험에 면제하는 제도 없애란 질의 나와
야당 의원들 말 아끼는 분위기…적십자사 혈액관리 부실 매년 되풀이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했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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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이형진 기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15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등 8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의사 국가시험(의사국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의대생들이 의사국시를 다시 치르려면 어떤 해법이 필요한지 질의와 대답이 오가는 자리라기보다는 그동안 예비의사들이 특혜를 받았으며 부정행위 등 시험 관리도 부실했다는 비판만 나왔다.
야당 의원들 질의도 구체적인 해법을 묻기보다는 국시원장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 수준에 그쳤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의대생들이 의사국시에 재응시하는 기회를 갖기 어렵고, 2021년 신규 의사 2700여명은 배출되기 어렵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초등생 웃을 일" 반대 목소리…국시원장 "국민감정·인력 배출 별개로 봤으면"
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 질의에서는 "단체행동에 대한 책임을 전교 1등이 모르겠느냐"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라는 등 다소 거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 질의에서 "국민 생명을 볼모로 국가 질서를 흔드는 단체행동을 했으면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전교 1등들이 몰랐겠느냐"며 "공무원 시험도 사과하면 추가로 시험을 보게 해주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히포크라테스도 아닌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며, 무엇으로 그들(의대생)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느냐"고 덧붙였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1년 지각한 응시자를 구제해 준 이유를 이윤성 국시원장에게 지적한데 이어 의사국시가 부정행위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성년자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때 1분, 1초만 늦어도 시험을 못 본다"며 "20대 중반 청년인 의대생이 택시를 핑계로 지각했고, 그것을 구제하는 건 국시원 업무 처리가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병원 의원은 "구제해 준 의대생이 유명 대학병원장 자제였다는 말이 있다"며 "의대생들에게 의사면허를 주기 위해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시험을 이용하고 관리도 허술하다"고 비판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윤석 국시원장이 국민권익위원회를 방문해 의사국시 사태를 설명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의사국시를 관리·운영하는 행정기관인 국시원 원장이 권익위를 찾아가 의사국시 사태에 대해 발언한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국시 응시자가 실기 또는 필기시험 중 하나만 합격해도 다음 시험 1회에 한해 합격된 분야를 면제해 주는 제도가 특혜"라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이 질의를 쏟아내자 이윤성 국시원장은 "거의 다 수긍하고 저도 같은 생각"이라며 "국민이 나쁜 감정을 갖고 있고, 응시 기회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의료인이 배출되지 않는 것을 분리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실기시험을 위해 대비한 표준환자를 붙잡아 둘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며 "의사국시 실기시험 추가 응시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은 3000여 명의 응시생들을 한번에 치를 수 없어 35일에 나눠서 표준환자 148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른다. 표준환자는 실기 시험의 일종의 문제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시원은 이들을 4개월 전 미리 소집해 충분한 훈련기간을 갖는다.
다만 올해는 의대생들 2700여 명이 시험을 거부했고, 표준환자 148명을 대상으로 하루 3번씩 치러지는 시험도 하루 1번씩 치러지는 상황이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비교적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국시 관련해 최소한 10월 22일에는 원서를 접수해야 정부가 강조한 의대 정원 확대, 의료인 부족을 해결할 발판이 마련될 것 같은데 국시원장 소신이 듣고 싶다"고 질의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도 "물리적으로 10월 26일까지 의사 표시가 있어야 의사국시 재응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여야 의원들 모두 (의료인이 배출되지 못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국시원장도 깊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에 혈액 저장고가 평소보다 현저히 비어있다./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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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환자 42명 혈액 수혈됐다…국립의료원장 "의대정원 늘려야"
이날 국감에서는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관리 실태를 지적하는 질의도 이어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혈액이 병원으로 출고돼 실제 수혈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이 역추적 조사를 하지 않는 등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헌혈자 중 코로나19 확진자 명단'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자료 분석 내용을 보면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된 1월 이후 8월 말까지 전체 헌혈자 중 4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 혈액을 통해 만들어진 혈액성분제제 생산량은 99건이었고, 그중 45건이 병원에 출고돼 환자들에게 수혈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주 의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적십자사가 참여한 '혈액안전정례회의'는 코로나19 확진자 혈액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신종 감염병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자 확진자 혈액을 부적격 혈액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열린 '제2차 혈액관리위원회 회의'에서는 혈액안전정례회의와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혈액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혈액을 매개로 감염된 사례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수혈자에 대한 역추적 조사 등 별도의 행정 조치 신설이 불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이로 인해 수혈자들은 자신이 코로나19 감염자 혈액을 수혈받은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김성주 의원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판했다.
저출산·고령화로 헌혈을 10~20대 젊은 층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채혈 기계 오작동을 포함한 관리 부실 등으로 연간 6만7000유닛(unit)의 혈액이 버려지거나 폐기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닛(unit)은 혈액 용량을 뜻하는 단위로, 혈액 1유닛은 보통 300∼500밀리리터(㎖)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연간 버려지는 혈액이 6만7000유닛에 달한다. 그는 "채혈 과정에서 혈액 약 2만유닛이 폐기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채혈)기계 오작동으로 인해 혈액량이 부족한 사례가 많은데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남선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은 "혈액 수급이 어려운 것은 안다"며 "폐기하는 혈액 중 오염 등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지만, 직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필요하며, 공공병원 병상 수가 전체 20%는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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