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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사라질뻔한 `베를린 소녀상`…獨교민들 애국심이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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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교민들과 시민단체 노력이 사라질 뻔한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구했다. 애초 일본 요구로 철거 명령을 내린 베를린 미테구(區)가 각계 반발에 놀라 한 발짝 물러섰다.

미테구는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찾아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미테구는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의 철거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접수됐다"며 "14일까지 내려졌던 자진철거 명령은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은 "코리아협의회와 일본 측 모두의 이익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하고 싶다"며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념물이 설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테구는 지난 7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다. 지난달 말 제막식 후 일본의 반발이 거세지자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에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7일 보냈다.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관철시키기 위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일본은 설득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파시즘으로 여기는 독일의 정서를 활용했다. 한국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반일 민족주의라고 주장했다.

미테구의 철거 통보 이후 베를린 교민들과 소녀상 설치에 뜻을 같이하는 현지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40여 개 현지 시민단체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전쟁 피해 여성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보편적 문제인 점을 부각시킨 셈이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 발생한 공통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전 세계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현지 시민단체인 메디카몬디알레 소속 자라 프렘베르크 역시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실재했던 문제"라며 "유엔에서도 인정한 문제"라고 미테구의 행정 조치를 비판했다. 현지 시민단체인 일본여성이니셔티브 회원들도 코리아협의회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날 베를린 시민 300여 명은 소녀상 앞에서 철거 명령을 내린 미테구청 앞까지 30여 분간 행진하고 집회를 열어 철거 명령 철회를 요구했다.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단체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14일 "세계 양심 수도인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은 철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할머니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함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할머니는 친필 성명을 통해 "독일은 일본과 다르게 과거 역사를 반성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에 앞장선 나라"라며 철거 명령을 규탄했다. 또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며 역사의 죄인"이라며 "일본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지적했다.

베를린의 '소녀상' 철거가 보류된 것에 대해 일본 측은 "앞으로 지켜보자"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독일 국내의 사법 절차"라며 "앞으로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토 장관은 "정부로서는 계속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덕식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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