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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포커스] 故 설리 1주기 "여전히 그리운 그녀"···"마음의 병, 치유할 시스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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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극단적인 선택에 시달리는 스타들이 많다. K팝과 한류 드라마의 위상은 높아져 가고 있지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스타들을 구제할 수 있는 사회적 플랫폼 기반 조성이 시급한 시점이다.

아주경제

가수 겸 배우 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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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무분별한 댓글에 경종

설리는 지난해 10월 14일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25세. 당시 JTBC '악플의 밤'의 MC로 출연 중이었던 설리는 이날 역시도 '악플의 밤' 녹화를 앞둔 상황이었기에 설리의 갑작스러운 비보는 더욱 충격을 안겼다. 설리의 비보 후 동료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동료들은 공식 행사를 취소, 연기하며 설리를 애도했다.

최근엔 MBC가 설리의 생애를 다룬 '다큐플렉스-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를 제작, 방영하면서 재조명받았다. 설리의 데뷔 전 어린시절부터 연습생을 거쳐 에프엑스로 데뷔한 이후의 이야기까지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설리 어머니의 인터뷰도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어느덧 설리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흐른 상황. 누리꾼들은 "여전히 그립다", "웃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직도 안 믿긴다", "행복하게, 편하게 쉬길" 등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설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크다. 특히 고인이 생전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던 사실이 다시금 주목을 받으며 잘못된 온라인 댓글 문화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설리는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 등으로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활동을 중단했던 바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악플 근절을 위한 '진리법', '최진리법' 등을 발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주요 포털들은 연예기사의 댓글란을 폐지했다.

고(故) 설리는 설리는 SNS에서 파급력이 높은 '셀러브리티' 혹은 '트러블메이커'이기도 했다. 그는 매번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싸웠다.

고인은 2005년 SBS TV 드라마 '서동요'로 데뷔해 2009년 SM에서 f(x) 멤버로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f(x)는 '라차타'(LA chA TA), '누 에삐오'(NU ABO), '핫 서머'(Hot Summer) 등 일렉트로닉 계열 히트곡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또 SBS TV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패션왕'(2014)·'리얼'(2016)에 출연해 배우 활동도 병행했다.

2015년 8월 f(x)에서 탈퇴하고 연기자로 전업했다. 지난해 10월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리상점'을 통해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6월 전곡 작사에 참여한 싱글음반 '고블린'(Goblin)을 냈고, 8월 '절친'인 아이유 주연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도 특별 출연했다. 드라마 출연 후 설리는 "악성 댓글이 없어졌다"라며 "제가 잘 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스타들이 악플에 대한 속마음을 밝히는 JTBC2 예능 '악플의 밤' MC를 맡아 활동했고, 영화 '페르소나 2'를 통해 스크린 컴백도 앞두고 있었다.

◆ 악플은 범죄·경각심 높여야···가족·친구에 대한 사후대응 따라야

설리는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계속 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른바 '노브라' 사진을 올리는 등 자신의 소신에 대한 거침없는 태도를 보여 이슈의 중심에 섰다. 관련 내용이 연일 보도되어도 설리는 멈추지 않았다. 어떤 비난에도 꿋꿋하게 맞설 것만 같았던 그녀도 사실은 상처받고 있었다. 수많은 악플과 근거없는 비난 그속에서 마음의 병이 곪아간 설리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타의 인권을 존중하고 무분별한 댓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인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허위사실 유포자나 악플러 등에 대해 '악플은 범죄'라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플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각 포털사이트는 연예 기사의 댓글을 금지했지만 미디어 자체가 다양해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혹은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여전히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비방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거짓을 적시한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소송에 가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법상 악플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 등을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

명예훼손의 경우 사실·거짓 적시에 따라 3~7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동안 악플 등 사이버테러 사안은 경미하게 취급되어 왔다. 이 때문에 정식기소가 되지 않아 재판을 받을 수 없고 약식기소로 벌금 선고 혹은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악플의 폐혜를 줄이려면 확실한 처벌을 통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것.

또한 전조 징후 교육도 실시해야한다. 대부분의 극단적 선택 시도자는 사전에 징후를 남기고 있다. 전조 징후에 대하여 조금만 훈련이 되어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많다.

연예인들의 극단적인 선택 자체도 안타깝지만 이들의 강력한 팬덤과 사회적 영향력은 '모방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현상을 낳는다. 스타의 극단적 선택은 그들 자신만의 선택이 아니라 대중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중대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연예인 대상 온라인 강의 영상과 매니저 대상 오프라인 교육자료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잠정적으로 결정된 온라인 강의 내용은 △연예인의 마음건강 및 스트레스 관리 △정신건강 이상 신호 조기발견 △죽고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회복탄력성 등이다. 매니저 대상 교육자료로 참가자용 워크북이나 강사용 매뉴얼도 만들 예정이다.

장윤정 기자 linda@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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