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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철거 위기 넘긴 '베를린 소녀상'…다시 불붙은 한일 역사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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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명령철회 촉구 기자회견…정치권까지 가세

광복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미테구 구청장에 철거 명령 취소 요구 공문 보내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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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단기 체류 기업인에 대한 입국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별입국제도’를 8일부터 시행하면서 막혔던 교류를 재개한 한국과 일본이 ‘베를린 소녀상’ 철거 문제로 다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등 여야의원들이 주한 독일대사관을 찾아 철거에 반대하는 서한을 전달하는 등 사안이 정치권으로 확대되면서 사안이 무게를 더하는 모양새다.


독일 수도 베를린 미테 구(區)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는 14일 미테구청의 철거 요구 시한을 앞두고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평화의 소녀상’ 철거는 잠정 중단된다. 코리아협의회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한 이후 베를린 미테구의 슈테판 폰 다쎌 구청장은 "법원에 철거 명령 중지 가처분 신청이 접수돼 시간이 생겼다"면서 "조화로운 해결책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사안은 일파만파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테구의 이번 결정에 일본 정부의 물밑 외교전이 영향을 미쳤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공분을 사기 시작했다. 극우성향의 일본 산케이 신문은 2015년 한일 위원부 합의와 ‘평화의 소녀상’ 제작비 등을 지원한 한국의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을 거론하며 일본 정부가 외교전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 부부와 독일 현지인과 일본 시민단체도 소녀상 철거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슈뢰더 전 총리 부인인 김소연씨는 1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남편과 함께 미테구에 철거명령 철회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일본 정부가 잔인한 전쟁 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독일 관청이 일본의 전쟁 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은 도쿄도에 있는 총리관저 앞에서 집회를 갖고 소녀상 철거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문을 내각부에 제출했다. 항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재삼 철거를 요청해 미테구가 철거 명령을 내렸다”면서 “이 소식을 접하고 부끄럽고 화가 나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광복회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미테구 구청장 앞으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광복회는 13일 발송한 공문에서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정부의 철거요구에 굴복하는 미테구의 처사는 실망스럽다"면서 "그간 독일이 보여준 나치의 반인류적 범죄행위에 대한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그리고 기본소득당 소속 국회의원 113명은 13일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항의하는 내용의 서한을 주한독일대사관에 전달했다. 윤미향 의원의 제안으로 전달된 서한에는 “또 다른 인권침해의 역사를 베를린에서 쓰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라면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별도의 논평을 통해 “일방적인 철거명령을 내린 독일 미테구와 철거 압박을 지속한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와 한국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강경한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녀상 문제에 더해 일제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 조건으로 일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수용 가능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없으면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되지 않는다는 보증을 요구했다.


분쟁을 부추기는 언급도 서슴지 않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장관은 13일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기업 압류 자산 현금화는 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역사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외교부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국 정부가 맞대응 차원에서 문제에 개입하는 상황 자체가 일본 정부가 원하는 시나리오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국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역사 갈등을 더욱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최근 언행은 스스로 표명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 역행하는 행보”라면서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14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기자회견장에는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참석한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 후 주한독일대사관을 방문해 촉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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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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