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이사회 열고 정의선 회장 선임안 보고…정몽구,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정의선 책임 경영 강화…코로나 위기 극복·그룹 체질 개선 속도
이미 정 신임 회장이 2년 전부터 사실상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하기는 했지만 이날 '정의선 시대'의 공식 개막으로 현대차그룹은 20년 만에 총수를 교체하게 됐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선임 |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신임 회장 선임건을 보고했다. 각 사 이사회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 신임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지 7개월 만에 명실상부한 그룹의 수장이 됐다.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 회장은 이날 별도의 취임식 없이 전세계 그룹 임직원에게 영상 취임 메시지를 보내 '고객'을 필두로 인류, 미래, 나눔 등 그룹 혁신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특히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고 표명했다.
또 범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회장은 이후 책임 경영을 강화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돌파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스시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000270]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사실 정 신임 회장에게 현대차그룹의 지휘봉을 넘기는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2018년 현대차 부회장에서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신임 회장은 작년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의선 신임 현대차그룹 회장 |
정의선 회장 선임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발맞춰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코로나 위기와 미래 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 신임 회장은 그동안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이끌고 '순혈주의' 전통을 깬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과 글로벌 협업·투자 등으로 성과를 내며 그룹 안팎에서 입지를 굳혀왔다.
특히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통해 기아차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현대차 부회장 재임 기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맞서 성장을 이끌었다.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은 2년 동안에는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신임 회장의 책임 경영이 강화된 현대차그룹은 그동안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동안 기술·사업기반·조직문화에서의 혁신과 고객 최우선 목표를 강조해온 만큼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서비스 등 미래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시화하고 사업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신임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전동화 시장 리더십 공고화,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 주도, 자율주행차 상용화,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의 단계적 확대 등을 기술 혁신의 핵심 방향으로 보고 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 |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따라 만나 전기차·배터리 사업 협력을 도모한 데 이어 향후 재계에서도 더욱 목소리를 내며 광폭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사장 시절 그룹 내부의 반대에도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 현 디자인총괄 사장을 시작으로 이어진 글로벌 인재 영입도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젊은 리더십 체제에서 티셔츠와 청바지 등 자율복장 근무가 정착되는 등 현대차그룹 특유의 '군대 문화'도 사라지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고, 연말 정기 임원인사도 연중 수시 인사로 바꾸는 등 꾸준히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이번 총수 교체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기아차 조지아 공장 조인식 |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근 회장직 사임의사를 밝히고, 아들에게 회장직을 맡아 엄중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혁신을 주도할 것을 당부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그동안 정의선 회장 체제를 통한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완성차 5위라는 현재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정 명예회장은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홀로서기를 한 지 20년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 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수 교체를 두고 지난 7월 대장게실염 등으로 입원한 정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아직 입원 치료 중이지만 건강은 다소 회복된 상태"라고 전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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