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n번방' 사건 켈리·갓갓, 구형은 천지 차이..이유는?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L] n번방 2대 운영자 켈리 사건 후 솜방망이 처벌 비난 높아…양형기준안 추진, 여론 등 고려하면 중형 선고 피하기 힘들듯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 사진=뉴시스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을 열고 미성년자 성착취를 자행한 '갓갓' 문형욱에 대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갈수록 치밀하고 잔혹해져 가는 디지털성범죄를 엄단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형욱이 n번방 2대 운영자 '켈리'처럼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휩싸일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켈리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9만여개를 저장해 2590여개를 판매하고 23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 사이 켈리가 n번방 2대 운영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엄벌을 탄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재판에서 검찰은 켈리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고, 1심 법원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문제는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수사 당시 켈리가 n번방 2대 운영자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었고, 켈리가 수사에 협조하면서 범행 전부를 자백한 점 등을 고려한 처사였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켈리가 항소를 취하하면서 징역 1년이 그대로 확정됐고 검찰이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을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된 켈리는 지난 9월로 확정된 형량을 채웠지만, 다른 성착취물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여전히 구치소 신세를 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추진 중인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은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범죄에 대해 최대 29년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마련된 안이다. 아직 추진 중인 사안이라 문형욱에게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담당 판사가 이 내용을 참조해 형량을 정할 수 있다. 성착취 범죄를 엄벌하자는 여론이 높은 만큼 중형 선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하급심 판례를 보면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경우 미성년자라도 높은 수준의 형량을 선고하고 있다.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한 신모군(18)이 지난달 2심에서 장기 7년, 단기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소년법상 법정 최고형이 장기 징역 10년, 단기 징역 5년인 점을 고려하면 중형을 선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군은 자신도 여성인 척하면서 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뒤 "수술비가 필요하다"며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신군은 계속 피해자를 협박하면서 53회에 걸쳐 영상을 계속 찍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군은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피해자와 합의했고, 2심은 이 점을 감안해 형량을 정했다.

텔레그램 대화방 '중앙정보부'를 운영하면서 10~20대 남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한 '자경단' A군은 1심에서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서 A군은 지인 사진으로 음란물을 만들어주겠다며 피해 남성들에게 접근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성범죄자들을 응징하는 자경단을 자처하면서 성착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문형욱에 대한 형량은 '사부'로 불렸던 B씨(29)의 1심 결과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씨는 n번방과 같은 수법으로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해 성착취물을 촬영·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주빈, 문형욱이 돈을 목적으로 범행했다면 B씨는 자신이 직접 성폭력을 저지르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같은 성착취 범행으로 검거된 배준환은 자기보다 8살 어린 B씨를 '사부'라 부르며 미성년자에게 접근하는 수법 등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한 상태다. 선고는 오는 15일로 예정돼 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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