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세월호 유가족 박종대씨(56)의 책 <4·16 세월호 사건 기록연구-의혹과 진실·사진>을 판매금지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한 사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일 박씨가 받은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는 “서적이 출판됨으로 인해 특조위의 조사 활동이 실질적으로 방해받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지난 7월, 서부지법에 박씨와 해당 서적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서적인쇄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사참위는 이 책이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위반에 기한 금지 청구권 및 위원회 조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책에 사참위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조사대상자의 진술 조서 및 사진 자료가 직·간접적으로 인용돼 있고, 일부 조사대상자의 신원도 기재돼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참위는 자문위원인 박씨가 위원회의 직무상 비밀을 누설해 사참위법 제42조 ‘비밀준수의 의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이 조사대상자 등의 보호를 규정한 사참위법 제45조 1항에도 위반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서적에 인용된 자료들 중 대부분은 이미 언론이나 공개된 재판 등을 통해 대중에 알려진 것들이고, 일부 미공개 자료도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가 가능한 자료들로 보인다”며 “(사참위가) 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자료들이 특조위 내부에만 공개된 ‘비공지성’ 자료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비밀로 감추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갖춘 ‘실질비성’ 자료임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이었던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인 박씨는 지난 6년간 다수의 세월호 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언론 등에 알려왔다. 박씨의 전문성이 인정돼 2018년부터 사참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총 8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해양경찰청이나 국가정보원, 청와대,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 여러 국가기관의 자료와 기록 등을 바탕으로 참사 발생 경위와 원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