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라임·옵티' 권력형 게이트 규정…與 "정치적 공세 말라"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10.12/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사기 사건이 정국을 휩쓸고 있다. 야당은 이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다. 여당은 정치적 공세라며 맞섰다. 여권 고위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건 어떤 식으로든 여당에 부담이다.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라임, 옵티머스라고 하는 금융 사고는 우리나라 금융질서를 매우 교란한 상태에 빠지게 한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피해액만 해도 2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권력형 게이트'라는 프레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
국민의힘도 "엄정한 수사"
━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지속적으로 의혹이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이들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들에게 부실 운용을 숨긴 채 자금을 끌어모은 뒤 대부업체, 부실기업 등에 투자했다. 결국 환매가 중단됐고 피해액은 라임과 옵티머스가 각각 1조6000억원, 5000억원에 이른다.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지만 부실을 잡아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 여권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라임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최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서 50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법정진술을 하기도 했다. 강 전 수석은 사실이 아니라며 김 전 회장을 위증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국민의힘은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이나 특별수사단을 통해 엄정하게 수사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수사 결과를 전혀 믿을 수 없다"며 "지금 수사하는 검찰과 정권이 이 사건을 덮고 무마하려고 하는 여러 정황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민주당도 "엄정한 수사" 촉구…"근거 없는 주장·의혹 부풀리기에는 단호 대응"
━
더불어민주당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엄정한 수사를 언급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라임·옵티머스 사기 사건과 관련해 실체가 불분명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검찰은 대상이 누구든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아무런 의혹도 남기지 말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거짓 주장과 의혹 부풀리기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야당의 의혹 부풀리기를 막아달라는 취지다. 반면 야당이 주장한 엄정한 수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통솔권을 벗어난 권력형 게이트 색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특검 도입까지 언급했는데 면책 특권 뒤에 숨어 무분별하게 제기하는 정치 공세"라며 "제기된 의혹에 현재 검찰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검찰이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의 권력형 게이트 정황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오해"라며 반박했다.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옵티머스 녹취록에 문건-제보 폭로까지…野 '펀드 총공세'
━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의혹에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집중됐다.
야당은 금융위가 옵티머스의 편의를 봐줬다며 김재현 대표와 금융위 관계자 간에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혁진 전 대표 부인을 통한 정치권 로비설, 옵티머스 측이 작성했다는 소위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 등도 제기하며 권력형 비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과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통화라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표가 대주주변경 사후승인 신청 접수를 위해 연락했다고 하자, 금융위 직원은 "오후 5시까지 오실 수 있느냐"며 서류에 날짜 변경 등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옵티머스 최대주주를 이혁진 전 대표에서 양호 전 옵티머스 고문(전 나라은행장)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금융위가 도움을 줬다는 의혹이다. 강 의원은 양 전 고문이 경기고 동기로 막역한 사이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을 통해 금융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의혹을 부인했다. 은 위원장은 "녹취록에 있는 목소리가 과장과 다르다. 과장이 서류 접수를 하지는 않는다. 내부적으로 확인하니 담당 과장은 접수 받은 적이 없다고 분명히 얘기한다"며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한 것에는 "옵티머스뿐만 아니라 다른 분이 전화해도 당연히 친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부총리를 통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이혁진 전 대표의 부인 임모씨와 관련한 의혹을 부각했다. 성 의원은 "임씨가 샌프란시스코에 PEF(사모펀드)를 만들었는데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가서 이것을 만들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또 임씨가 대부업체 리드코프에서 연봉 3억원에 3년 동안 상임감사가 되는데 서홍민 리드코프 회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가석방으로 나온다. 이혁진 전 대표가 아는 정치권 라인이 여기에 관련돼 있지 않나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성 의원은 임씨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해외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것을 언급하며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던 이모 변호사(구속된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의 아내)가 민주평통 업무를 관여하고 있었다"며 "일련의 모든 활동이 의혹으로 연결된다. 금융과 관련됐으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은 위원장은 "옵티머스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우리가) 물어볼 사람이 다 검찰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 내용을 요약하며 권력형 비리 가능성을 주장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 등이 옵티머스 내부 분쟁에 관여했거나 옵티머스 펀드 수익자로 참여했다는 내용이다.
윤 의원은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관련 사건에 금융위가 소극적이라고도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저희가 300명 되는 인원으로 펀드만 해도 1만개인데 징후가 딱 나타나서 AI(인공지능)가 캐치(포착)하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합수단)을 폐지하는 국무회의 등에서 금융위원장이 수정 의견을 안 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은 위원장은 "합수단이 없어져도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 2부가 남아서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다른 부처 담당 장관이 (조직 개편을) 하겠다는데 뭐라고 하는 것도 일상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시한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펀드 자금흐름도' 자료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P2P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치권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여러 업체와 수상한 거래관계가 얽힌 T펀드의 사례를 제시하며 실소유주 J씨가 법인카드를 여권 관계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해당 법인카드가 국회 인근 식당 등에서 사용됐다며 결제 내역 서류를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금융당국을 신뢰 못 하니 국회로 제보가 오는 것"이라며 "다수의 동일인이 여러 개 상장사의 대표, 이사, 감사 등 임원을 중복 역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저희에게 자료를 주시면 알아보는 데까지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