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석균(오른쪽) 전 해양경찰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피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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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식 재판…"퇴선 명령해도 탈출 어려웠을 것"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해경 지휘부는 첫 정식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당시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실무진에 있던 다른 피고인들도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지만, 당시 함장 이모 씨는 유일하게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2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참사 당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해 구조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승객 퇴선을 지휘하지 않아 배에 있던 단원고 학생 등 탑승자 303명을 사망하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배에 오래 탄 선장, 선원은 본능적으로 탈출하고 탑승자들이 선내에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법상 구조 임무를 부여받은 피고인들은 상황 파악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우왕좌왕 했다"며 "피고인들은 선장, 선원과 교신을 통하거나 방송 장비 등을 이용해 승객의 퇴선을 유도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어 "일부 피고인은 퇴선 명령 여부에 유가족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자 하급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문건을 조작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피고인들은 이같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피해 규모와 별개로 당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고, 퇴선 명령을 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중앙구조본부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무리한 법리 구성"이라며 "피고인이 우왕좌왕한 점은 있지만 법리상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변론했다. 또 변호인은 "전세계적으로 구조세력을 형사처벌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법리로 따졌을 때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김석균 청장은 "해상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참담한 사고와 많은 인명 피해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직접 밝혔다. 그는 "본청은 모든 상황을 파악해 지휘·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며, 조직의 수장으로서 볼 때 동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광역구조본부장) 측은 공소사실의 핵심인 퇴선 명령을 놓고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선장이 아닌 구조 세력이 퇴선을 명할 수는 없었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수현 전 청장 측 변호인은 "선장과 선원이 승객을 유기하고 도주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절대적 권한이 있는 선장을 두고, 추운 날씨에다 큰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구조 세력이 '무조건 바다로 뛰어 내려야 한다'고 결정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며 "퇴선 명령을 받았더라도 바다에 자신있게 뛰어내릴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현 전 청장은 의견 진술 기회를 얻어 "당시 상황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해양 경찰의 역사에 피해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지역구조본부장)은 "피고인은 광역구조본부의 지시를 받아 구조하는 구조 세력이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해 구조 계획을 수립하고 퇴선을 지휘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김문홍 전 서장 역시 "제 역량은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퇴선 방송을 한 것처럼 문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는 그는 "조치한 내용이 빠져 있어서 감사원이나 국정감사 때 넣으라고 지시를 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첫 정식 재판…"퇴선 명령해도 탈출 어려웠을 것"[더팩트ㅣ목포=이새롬 기자] 6일 오후 세월호의 육상 거치가 진행 중인 전남 목포 신항에서 한 시민이 노란 리본을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는 하중 테스트 결과 선체를 받치고 있는 일부 리프트빔 부분이 뜨지 않으면서 선체 육상거치 작업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가급적 10일까지 세월호 거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saeromli@tf.co.kr 사진부 photo@tf.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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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재판에 넘겨진 해경 출신 등 7명의 피고인들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유가족들께 죄송하다"면서도 퇴선 조치를 건의할 권한이 없었고,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주장했다.
다만 이모 전 함장은 유일하게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재판부에게 발언 기회를 얻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며 "반성하고 있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검찰과 피고인의 의견을 모두 들은 재판부는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도 희생된 고귀한 목숨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간접적으로나마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사건 재발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석균 전 청장 등의 다음 재판은 2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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