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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라임·옵티머스 수사와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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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팀장.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펀드 사기판매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피해를 초래한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관계자들의 정관계 로비 정황을 확인하고도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6~7월 옵티머스 압수수색 과정에서 청와대나 여당 국회의원 등 로비 대상으로 의심되는 인사들의 인원수와 일부 실명이 기재된 문건을 확보하고 관련 진술까지 받아냈지만, 이성윤 지검장은 윤석열 총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역시 비슷한 시기 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조서에 기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각각 언론보도와 법정 증언을 통해 공개됐고 검찰 역시 어느 정도 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두 사건의 수사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로비 의혹의 실체가 검찰의 수사결과가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금융·증권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한 지난 1월은 라임 사태가 불거지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또 추 장관은 이후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이 지검장을 비롯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을 주요 검찰청의 지검장이나 차장검사 등 핵심보직에 앉혔다.


반면 그는 윤 총장 주변의 대검 간부들마저 이 지검장과 호흡을 맞췄던 ‘이성윤 라인’ 검사들로 교체하고, 윤 총장에게 전국의 수사정보를 보고하던 수사정보정책관 직제까지 폐지하며 윤 총장을 허수아비 총장으로 만들었다.


게이트로 번질 수 있는 단초가 될 만한 증거와 진술이 검찰 수장에게 보고되지 않고 조서에서 누락돼도 이상할 게 없는 지금의 검찰, 이런 게 현 정부와 추 장관이 꿈꿨던 검찰의 변화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차후에 ‘로비 의혹은 실체가 없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면 과연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안별로 수사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검사동일체의 원칙’으로 대표되던 철저한 상명하복은커녕 조직 기강의 틀이 무너져버린, 그로 인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무능한 검찰을 원했다면 지금 이 정부의 검찰개혁은 거의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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