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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이재명이 조세연 ‘도발’을 정치적으로 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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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랜 인연이다. 1985년 당시 경원대 교수(현 가천대)로 부임할 때 지역(경기도 성남) 상황은 서울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시민운동가들이 많이 내려왔다. 광주대단지사건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때였다. 지역시민사회 사람들과 만나던 자리에 초췌한 차림이지만 눈빛이 또랑또랑하던 청년이 있었다. 그 사람이 지금 경기도지사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의 말이다.

35년 전 기억이다. 인연은 이 지사가 변호사가 된 뒤도 이어진다.

“성남을 중심으로 학생운동을 했던 청년들이 있다. 경원대 말고도 경희대 수원분교, 외국어대 용인캠퍼스 등 용성총련 학생들이다. 교수로서 지도하던 학생들이 문제가 생기면 전부 다 이재명 변호사 도움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늙은 내가 신세를 진 것이다. 이 지사가 학생운동권 출신은 아니고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열심히 도운 것인데, 그때는 그런 개인 사정까지는 몰랐다.”

경기지역화폐는 이 지사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성남지역화폐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청년배당과 아동 돌봄 수당을 기본소득형 지역화폐로 주는 아이디어였다.

경기도 지역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비전전략팀 김경수 팀장은 “기본소득을 일정한 기간 내에 다 소비해야 하는 지역화폐로 준다”는 생각은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지사가 처음 낸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경향신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 16일 오후 대법원의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뒤 경기도청에 나와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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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기본소득형 지역화폐’ 오랜 생각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발표 이후 이 지사는 총 6개의 조세연 비판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얼빠진”, “청산해야 할 적폐” 등의 표현을 두고 “학문적 연구에 기반한 비판을 정치 쟁점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상적인 것은 이 지사의 비판이 표현이나 어투는 차치하고라도 지역화폐 현안 쟁점에 대한 상당한 내공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지사의 싱크탱크로 주목을 받는 것이 경기연구원이다.

경기연구원을 이끄는 이한주 원장은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정책 그리고 최근 이 지사가 내놓은 기본대출 등의 핵심정책에서 좌장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화폐 정책을 비판하는 조세연 보고서가 논란이 되면서 뒤늦게 주목받은 것이 한국재정학회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팀이 지난 3월 정책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지역화폐가 지역의 고용에 미치는 효과’라는 보고서다.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서 한계를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전국 22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역화폐의 신규 도입이나 확대 발행은 지역의 고용 규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조세연의 송경호·이환웅 연구위원 팀과 같은 맥락의 결론이다.

이 지사의 비판 글과 함께 경기연구원에서는 3건의 조세연 비판 문건을 내놨다.

조세연 보고서를 비판하는 입장문과 보도자료 그리고 정책브리핑 자료다.

앞의 두 자료는 이재명 지사가 조세연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다음 날 경기연구원 홈페이지에 등록됐다.

“시기가 묘하다. 조세연 연구는 작년 12월쯤에 마무리한 것으로 들었다. 연구비용도 자체적으로 들여 한 걸로 안다. 그런데 발표는 2차 재난지원금 논란 직후에 느닷없이 한 것이다. 논문도 아니라 ‘브리프’의 형식으로.”

이 원장의 말이다. 계속되는 그의 말.

“브리프 자료가 아닌 논문을 달라고 하니 ‘못 주겠다’고 하여 아는 국회의원을 통해 어찌어찌 구해 읽었다. 10월 중 공개 예정으로 안다. 브리프 자료보다는 덜 공격적인 내용이었다. 그 정도 수준이었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기재부 보복설’이 나오는 것은 2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지원 논란 때 이 지사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공개편지를 썼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조세연이 기재부 산하 기관이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지사와 둘이서 ‘이게 무슨 상황일까’라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물론 증거가 없으니 조심스럽다. 확언할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브리프만 보면 이론이 있고 실증분석이 있는데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데이터 분석은 지역화폐가 본격 활성화되기 전인 2018년까지의 자료를 가지고 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국분석을 하는 데 일본 자료를 가져다 쓴 꼴이다.”

2019년 1~4분기까지의 데이터로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분석’ 보고서를 쓴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 단장은 “조세연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만든 보고서는 아니고 실제 2019년부터 지역화폐의 정책발행이 대폭 늘어나면서 그 전과 후를 비교 분석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데이터 분석을 한 것”이라며 “저쪽은 2010년에서 2018년까지 9개 연도를 시계열 분석을 했고, 우리는 분기별로 네 개의 시계열 패널 분석을 해 각자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으니 각각의 근거에 대해서는 앞으로 학문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연구원 밖에도 이 지사의 정책역량을 서포트하는 전문 인력들이 포진되어 있다.

문진영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 나승철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 백종덕 경기도시공사 비상임이사,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등은 2017년 대선 예비후보 시절부터 이 지사와 함께한 정책브레인들이다.

최근에 이 지사가 내놓은 정책인 ‘기본대출’은 지난 7월 정책공약 수석이 된 김재용 전 경기연구원 경영부원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한총련 1기 의장을 역임한 김 수석은 매니페스토 등 선거정책 전문가로 역량을 쌓았다. ‘기본주택’ 논의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을 역임한 이헌욱 변호사가 총괄하고 있다.

■ 또 하나의 이재명표 기본 정책 나온다

“물론 자신이 모든 것을 창안하진 않았겠지만 만나본 느낌으론 본질이 뭔지 금방금방 파악하는 것이 이 지사의 능력인 것 같다.”

남기업 소장의 평가다. “다른 사람이 들고 온 제안에서 핵심이 뭔지, 그걸 자기의 언어로, 시장에서 보통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이미 개념이 자기 몸속에 들어와 있으니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느낌 같은 것이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남 소장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주장했는데, 당시 이 지사가 그걸 공약으로 수용하면서 인연이 맺어졌다고 했다. 당시는 개념적 정책이었다면 현재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교한 정책이 되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부동산 문제를 잡으려면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야 하는데 그 저항은 알다시피 만만치 않다. 역발상으로 그것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하면 90%는 받는 게 많아진다. 보유세를 강화하면서도 강력한 지지그룹을 만들 수 있는 조합이 되는 것이다. 국토부가 2019년 말에 1350만세대의 토지소유 통계를 1백분위로 정교하게 발표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은 끝났고, 11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하는 또 하나의 이재명표 대권 정책이 예고된 셈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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