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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세계적 의학학술지 NEJM, 트럼프 정부 코로나 대응 신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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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전원 서명 사설서 "거의 모든 단계에서 실패"

"위기를 비극으로 만들어…투표로 자리보전 막아야"

연합뉴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편집진이 8일(현지시간)자 최신호에 실은 사설. [NEJM 홈페이지 갈무리=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세계적 의학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편집진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투표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NEJM 편집진은 8일(현지시간)자 최신호에 실은 '지도력 공백 속 죽음'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은 코로나19 대응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위기는 지도자들을 시험대에 올렸는데 미국의 지도자들은 시험에서 탈락해 위기를 비극으로 만들었다"면서 "코로나19는 매우 거대한 도전이긴 하지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통제될 수도 있는데 미국은 시종일관 멍청하게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편집진은 다른 국가와 비교로 미국의 대응이 얼마나 나빴는지를 설명했다.

특히 한국을 싱가포르와 함께 중국과 교류가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음에도 "초기부터 철저한 검사를 실시하고 적극적인 접촉자 추적과 적절한 격리를 통해 상대적으로 발병 규모가 작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편집진은 "미국은 어마어마한 제조업 생산능력과 세계가 부러워하는 연구체계, 수많은 전문가 등 이번 위기를 맞았을 때 다른 국가보다 유리한 점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능력이 부족해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편집진은 "미국은 격리조처를 뒤늦게 도입하고도 강제하지도 않았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처는 많은 곳에서 느슨하게 시행됐고 나라 대부분에서 코로나19가 통제되기 훨씬 전 완화됐으며 사람들은 그냥 마스크를 안 썼는데, 대체로 지도자들이 마스크를 '정치적 도구'라고 언급했기 때문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세계적인 질병대응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알맹이가 빠진 채 정책실패와 시험에 고통받고 있으며 백신개발에 핵심 역할을 하는 국립보건원(NIH)은 정부의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됐고 식품의약국(FDA)은 유감스럽게도 정치화해 과학적 근거보단 행정부의 압력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힐난했다.

편집진은 "지금 행정부는 전문가보다 전문성 없는 이른바 오피니언리더들과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퍼뜨리는 사기꾼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평등과 경제문제도 거론됐다.

편집진은 "코로나19가 유색인종에 더 피해를 줘 불평등과 관련한 긴장이 높아졌다"면서 "현재 지도부는 경제에 자부심을 보이지만 대부분 국가가 제한적으로라도 경제를 다시 여는데 미국은 많은 기업이 다시 문 여는 것을 막은 감염률에 고통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편집진은 "현재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우리 시대 가장 큰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데 위험할 정도로 무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면서 "오는 선거는 우리에게 심판할 힘을 줬다. 지금의 정치지도자들이 자리를 지키게 해 그들을 부추기고 수천 명의 미국인이 더 죽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설의 초안을 쓴 에릭 루빈 NEJM 편집장은 이날 CNN방송에 "이번처럼 모든 편집자가 이름을 올린 사설을 내는 일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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