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품 밀수 관여 외교관 한국행 주목할 듯
조성길 은거, 南 당국 개입 않아 비난 명분↓
공무원 사살 사건 국면 전환에 활용할 수도
【서울=AP/뉴시스】국가정보원은 3일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망명설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부부가 함께 잠적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지난해 3월20일 조성길(가운데)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서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모습. 2019.01.03.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한이 뒤늦게 알려진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 소식을 계기로 한동안 자제했던 대남 비난에 다시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6일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 관련 보도 이후 아직까지 관련 입장을 표명한 바 없지만 이 사안에 주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고위급 인사인 데다 최고 지도층의 호화 생활을 위한 밀수 정황 등을 아는 외교관의 한국 망명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조 전 대사대리는 외교관 집안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부터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한 엘리트 인사다.
공식 확인된 그의 마지막 직급은 대사관 1등 서기관이지만 2017년 공석이 된 대사직을 대리 수행하게 된 것은 출신이 탄탄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치품 밀반입 경로로 지적한 곳이라 조 전 대사대리는 여기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일을 갖고 대남 비난에 나서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전 대사대리는 언론 보도로 입국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약 1년3개월 동안 은거 생활을 하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자신의 딸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 입국 동기, 소재지 등을 밝히거나 공개 활동에 나서는 것은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대사대리가 자진해서 한국행을 택했으며 우리 정부가 탈북 사실 공개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대남 비난을 제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무엇보다 이유를 불문하고 북한 체제를 떠난 사례를 부각시킬 경우 김 위원장의 이미지가 실추되기 때문에 반응을 자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북한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 기자간담회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빌딩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지난해 11월 가족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 이탈리아 당국의 보호아래 제3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01.09. amin2@newsi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북한이 남측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번 일을 활용할 수도 있다.
가령 조 전 대사대리에 대해 범죄 혐의를 제기하거나 자국민의 탈북을 사실상 도운 한국과 이탈리아 등 관련국에 불만을 드러내는 식이다.
북한은 1997년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탈북하자 처음에는 납치극이라고 비난했다. 우리 정부가 탈북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제기한 것이다.
사흘 뒤 북한은 태세를 전환하고 공식매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이라며 "비겁자는 갈 테면 가라"는 메시지를 거듭 전달했다.
2016년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현 국민의힘 의원) 망명 때는 관영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태 전 공사가 국가자금 횡령, 미성년 강간 범죄를 범하고 도주했다며 "인간 쓰레기"라고 맹비난했다.
또 "영국은 범죄자를 빼돌림으로써 범죄 행위에 가담하고 남조선 괴뢰들의 동족 대결을 부추기는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탈북 사건마다 각기 다른 입장과 수위로 대응해온 북한이 이번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fine@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