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공개로 송환된 딸 '가혹한 처벌' 가능성…정보당국 신뢰도 타격
망명 도운 유럽 제3국과 외교마찰도 우려…강경화 "보도 경위 몰라"
야당은 국면전환용 의심…남북관계 중시하는 與 입장으로 볼 때 의문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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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의 지난해 7월 국내 입국 사실이 갑자기 공개됨에 따라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등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북한 주요 인사의 망명 사실이 돌연 유출된 것 자체가 문제인데다 대외적으로도 한국 정보당국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에서 대한 국정감사에선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의 경위와 배경, 관련 국가와의 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우려 섞인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그 자신이 망명자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 앞서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공개됨에 따라 북한에 송환된 딸에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 의원은 외교관이 망명하는 것 자체로는 '도주자·이탈자'로 분류되지만 한국으로 갈 경우엔 '배신자·변절자'로 규정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전직 북한 외교관이며 조성길과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조성길 본인의 동의 없이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한다"며 언론의 자제를 당부했다.
외교차관 출신인 같은 당 조태용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가 국내 입국하는 과정에서 유럽 내 제3국과의 협조가 필수적이었을 것이라며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극도로 민감한 문제인 외교관 망명을 일방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향후 외교 협력을 어렵게 하고, 한국은 망명자에 대한 인도적 고려를 하지 않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어제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 공개는 전형적인 (정부의) 발표다. 어느 언론사가 역량이 뛰어나서 취재해서 할 수 없는 사항"이라면서 "그런 조치가 마구 이뤄지면, 그것도 외교부와도 조율 없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경화 장관은 "(저도) 기사가 나와서 놀랐다"면서 "(보도) 경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 정보 유출에 대해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안은 아무 배경도, 이유도 없이 느닷없이 불거져 나왔다"면서 공무원 피격사망 사건과 강 장관 남편의 미국행 논란, 광화문 시위 봉쇄 등에 따른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 주요 인사의 한국 망명을 이 시점에서 공개하는 게 여권에 과연 얼마나 이득이 될지는 의문시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종전선언까지 다시 제안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진력하는 마당에 북한을 자극할 카드를 갑자기 꺼내들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성길 망명 정보 유출은 일종의 보안사고로서 국가 정보계통의 누수 현상이 시작됐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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