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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정부 VS 의료계 첨예한 대립

“국시 기회 간청드려요” 의대생 청원에… 정부 “그것만으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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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거부로 국민께 심려… 진심으로 사과” 靑 청원

의대생 ‘국시 응시’ 입장 발표 땐 사과 없어 여론 ‘싸늘’



세계일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의대생 증원 등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의사 국가고시(국시) 응시를 거부했던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재응시 의사를 밝힌 가운데, 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재응시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의대생이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한 의대 본과 4학년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국시 거부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여러 번이나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시험을 치지 않기로 했던 학생들이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기다린다’고 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국민들이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싸늘한 여론을 짚었다.

그러면서 “옛말에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진정한 잘못이라고 한다(過而不改 是謂過矣). 반성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던 못난 의대생들을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학생들이 더 큰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기를 감히 국민 여러분께 간청드린다”고 읍소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은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입장문에는 단체행동으로 의료계 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빠져 있어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로서 국시 기회 부여를 요청해온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만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사과가 빠진 입장문에 대해 “청년기에는 불과 같은 존재들이니까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털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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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부 “청원 글 올라와도 ‘구제’ 안 돼”

자세를 한껏 낮춘 의대생의 청원 글이 올라왔지만, 국시 재응시 관련해 ‘구제 불가’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정부는 이날 다른 국시 응시생과의 형평·공정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국민 공감대 없이는 재응시가 어렵다는 뜻을 거듭 밝히며 선을 그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대생 사과 이후 정부 입장에 관한 질의에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는 생각한다”면서도 “몇몇 사람의 사과로 (국민들의 국시 재응시 수용도가) 높아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청원 게시 글이 그렇게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써는 그로 인해 (국시 재응시에 대한) 국민들의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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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고사장인 서울 광진구 국시원으로 관계자들이 출입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정책관은 의료공백 우려에 대해서는 “공보의 부족 문제는 배치 기간이나 시설을 재배치하고, 인턴 부족에 대해서는 다른 대체 인력을 활용하면서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의료계나 관련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과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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