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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北 전직 외교관 조성길

北조성길 사태, 남북관계 파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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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난 2018년 11월 귀임을 앞두고 돌연 잠적했던 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6을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성길 전 대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 전 대사대리가 2018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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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잠적하고 서구권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던 조성길 전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극비리에 한국행을 택하고 1년 넘게 국내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20여년 만인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위급 외교 인사의 한국행에 그간 북한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만큼 남북관계에 돌발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UN)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재언급하며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신호탄을 쐈다. 그러나 서해상 한국민 피격 사건이 터진데 이어 이번 사태까지 불거지며면서, 남북관계가 한동안 냉각기를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측에 군 통신선 재연결과 서해 공동조사 등을 제안한 상태이지만, 북한이 긍정적으로 응답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다만 폭로적 성격이 강한 이번 사태에서 북한은 향후 한국 정부의 대응, 조 전 대사대리의 행보 등을 예의주시하며 공세 수위는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이번 망명 사태에 대해 불쾌감을 숨길 수는 없겠지만,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엔 현재로선 이르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 이후 수면 아래에 있던 상황이 이번을 계기로 겉으로 드러난만큼,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정도로 경고성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망명이 남북관계에 악재가 될 것으로 평가하기는 현재로선 이르다"면서 "조 전 대사대리가 남한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실장은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이 2명이나 동시에 배출되면서 탈북민 동향에 북한이 민감한 상황"이라면서 "조 전 대사대리까지 그런 활동을 한다면 싫은 내색은 하겠지만, 반대로 조용히만 있는다면 북한도 굳이 문제 삼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일단 남북관계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영향력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조 전 대사대리가 본인의 의지로 일관되게 남한행을 주장해왔는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행을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았고 지금처럼 외부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라면 북한이 불쾌감을 가질 수는 있어도 거칠게 반응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과거 북한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나 태영호 전 영국주재 공사(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들이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체제전복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전 대사대리에게 한국행을 공개 권유했던 태영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북한에 친혈육과 자식을 두고 온 북한 외교관들에, 본인들에 관한 소식 공개는 그 혈육과 자식의 운명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인도적 사안"이라면서 "탈북한 외교관들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대우나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있는 대부분의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북에 두고 온 자식들과 일가 친척들의 안위를 생각해서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성길이 만약 대한민국에 와 있다면, 딸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우리 언론이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사태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상황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정보원은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에 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 전 대사대리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이후 대사대리를 맡았다. 그는 아버지와 장인 또한 북한에서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 집안 출신으로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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