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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뭐해 먹고 살까요"…유행이 된 자영업자 '폐업 브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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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튜브에 '폐업' 키워드로 검색하면 자영업자 브이로그가 다수 나온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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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기념 구독 부탁드립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폐업 과정, 심경을 소개하는 영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라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한 단면이다.



폐업 신고, 철거비 공유



지난 4월 서울 노원구에서 운영하던 330㎡ 규모 레스토랑을 폐업한 한 남성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폐업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 19를 맞아 임대료 3개월 치가 밀려 폐업한다"며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가서 배달 위주로 가게를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업을 앞둔 사장님들의 최대 걱정거리인 철거에 대해 알아봤다"며 가게 내부를 둘러보며 철거 과정, 견적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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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상인들이 폐업식당에서 사들인 중고 식당가구와 주방기구를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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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을 폐업하며 그동안 함께한 학생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은 유튜버도 있다. 유튜버 '단벌 신사'는 '코로나 19 니가 이겼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코로나 19로 폐업을 명받았음을 신고한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온몸에 염증이 났다. 차후 대책은 명확히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원을 정리하며 학생들과 포옹하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장면을 비롯해 눈물 흘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찍었다.

강남권에서 4개 매장을 운영하던 유튜버 '기웅아뭐하니'는 최근 3개 매장을 정리했다며 철거 현장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그는 "월세 4000만원을 버틸 수가 없었다. 보증금도 못 건지고 빚만 늘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손님이 대부분인 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유튜버 '생존장사'는 '사드보다 더 센 놈이, 명동에서 폐업하고 철수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홍천에서 펜션을 운영하던 한 유튜버도 지난 8월 펜션 사업을 정리하면서 군청, 세무서에 폐업 신고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들 영상에는 현 상황에 공감하는 자영업자와 구독자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댓글 창에는 "저도 월세 3개월 못 내서 내용증명 받고 강제로 나간다. 힘내자" "저도 권리금도 못 받고 이후에 들어온 분께 두 달 치 임대료 드리고 겨우 폐업했다. 재기하시길 기원한다"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란 댓글이 500개까지 달렸다.

자영업자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30대 자영업자 이야기'란 채널에서는 코로나 19 이후 폐업을 고민하는 30대 사장의 이야기를 다수 게시했다. 이 채널의 폐업 관련 영상은 많게는 1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현실 반영 콘텐트로 서로 위로”



이 밖에도 유튜브에 '퇴사' '해고'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다수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코로나 19 시대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콘텐트'라고 분석한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사표' '폐업'을 주제로 한 콘텐트가 정보 공유 목적이나 선망, 대리만족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위안, 공감을 중심으로 자기가 가진 막연한 불안감을 희석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튜버는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서 영상을 올리고, 시청자들은 '나도 그래' 하며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연구원·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자영업자는 554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567만6000명) 대비 12만8000명(2.2%) 줄었다. 지난해 7월의 경우 자영업자가 1년 전보다 2만6000명 줄었다. 1년 새 자영업자 감소 폭이 5배 가까이 늘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최근 4년간 폐업지원금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폐업지원금 신청자 수는 4526명이었다. 지난해 신청자(6503명)의 70%를 이미 넘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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