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차 검사결과 숨기고 2차 양성판정 공개
최측근 중심으로 정보 통제…내부 발표도 엇갈려
백악관 상태 좋다지만…일각서 "예상보다 심각"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차량을 타고 깜짝 외출을 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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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김혜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코로나19 신속검사 결과를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백악관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신속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으면서도 이를 숨긴 채 버젓이 언론 인터뷰에 나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건강상태와 관련한 정보들을 최측근 외에는 정확히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다는 백악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인 션 콘리 박사를 비롯한 의료진은 연일 기자회견을 통해 건강 상태를 브리핑하고 있지만 산소 보충치료 사실을 뒤늦게 밝히거나 중증 환자 치료약물을 사용하는 등 의혹을 더하고 있다.
트럼프, 1차 양성판정 은폐 의혹…2차 확진 후에야 공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1차로 진행된 코로나19 신속검사 결과를 2차 테스트 결과가 나오기까지 숨겼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신속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으면서도 몇 시간 뒤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검사 결과가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새벽 1시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양성 판정 결과를 밝혔다.
백악관은 통상 30분짜리 코로나19 신속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에만 비강에서 표본을 채취하는 2차 테스트, 이른바 유전자검사(PCR)를 실시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공개한 것은 2차 검사결과라는 지적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1차 신속 테스트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오면 2차 테스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는 정확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측근 외에는 정보 공유 안해…“언론·트위터 통해 알아”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측근들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은폐 의혹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속속 확인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보좌진들에게 양성 판정 결과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호프 힉스 보좌관이 1일 오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트럼프 재선 캠프의 빌 스테피엔 선대본부장조차 알지 못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스테피엔 선대본부장은 2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비밀주의는 백악관 내부의 의사소통 불일치를 불러오고 있다. 대통령 주치의인 션 콘리 박사는 3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증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는데, 바로 몇분 뒤 마크 메도우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우려스럽다고 말해 혼선을 빚었다. 이를 병실에서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소식부터 이후 상황은 일부 최측근을 제외하고 전혀 공유되지 않고 있다. 한 행정부 관료는 “웨스트윙(대통령 집무동)의 누구도 공식 소통을 하지 않아 트위터와 TV에 의존해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4일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이어 2번째 대통령직 승계 지위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아무 것도 공유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식 브리핑이 아닌 언론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대통령 상태 매우 좋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백악관의 설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매우 좋다. 백악관으로 돌아와 업무에 복귀하고 싶어한다”고 말했고, 콘리 박사 등 의료진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르면 5일 퇴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보충 치료를 언급하는 한편 덱사메타손 복용 사실을 밝힌 뒤 실제 건강 상태가 중증인 것 같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의료진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한때 혈중 산소농도가 94% 이하로 떨어졌고, 1시간 가량 산소보충 치료를 받았다. 3일에도 93%까지 내려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농도는 98%로 확인됐다. 정상인의 혈중 산소농도는 95~100%다.
아울러 덱사메타손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일종인 염증 치료제로, 코로나19 중환자 사망률을 상당히 낮출 수 있지만 인체 면역력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중증 환자들에게만 권장된다.
워싱턴포스트와 폴리티코 등 미국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중증 환자들에게 권장하는 약물을 투여받고 있다”며 상태가 양호하다는 백악관의 설명과는 상반된 치료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덱사메타손을 복용한 것은 그만큼 상태가 가볍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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