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일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요트 구매차 미국으로 출국한 배우자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본인 결정이라 귀국 요청을 하기 어렵다 밝혀 논란이 거세다. 이러한 가운데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5일 “강 장관께 위로를 드리고 싶다”며 “남자가 장관이었다면 배우자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박 의장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강경화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공인이 아니다. 공인의 배우자일 뿐”이라며 “공인에게 요구되는 언행을 똑같이 요구받을 수는 없다. 외교부가 국민들에게 내린 특별여행 주의보는 일종의 권고라 이를 어겼다고 해서 위법이나 불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가 장관의 배우자로 특권을 행사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인내와 자제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부 장관 배우자의 출국 결정은 국민들에게 비판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솔직한 심정은 강 장관께 위로를 드리고 싶다”며 “(이 교수가) 블로그에 요트를 구입해 여행을 하고 싶은 본인의 계획, 욕망을 나타내는 그런 글들을 썼기 때문에 논란이 될 것을 예상했으리라 본다. 강 장관이 아마 설득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상당한 갈등, 가족간의 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면서 “이 분(이 교수)은 결국에 배우자의 공직수행에 부담을 주더라도 자기 개인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뚜렷한 개성과 ‘마이웨이’ 정신을 가진 분인 것 같다”며 “공직을 수행하고 있는 배우자에 대해서 조금은 더 배려심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왼쪽)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
이어 “다만 안타까운 것은 만약 반대의 경우였다면, 즉 남편이 장관일 때 배우자가 과연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여전히 공직수행에 있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혹은 남녀 간의 차이, 이런 것들이 이 사안에서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이번 이를 계기로 강 장관의 거취 문제로 나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본인이 사과를 했어야 하는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 장관이 사과를 빨리 해 다행”이라며 “이 문제 자체의 부적절함은 부적절함대로 지적을 하고, 정치권에서 국감을 앞두고 장관의 거취를 거론하거나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KBS는 강 장관의 배우자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 구입과 여행을 위해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출국 전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에서 요트를 구입해 카리브해까지 항해할 계획’이라고 적었다.
이 명예교수는 “유럽에 있는 뉴욕 알루미늄 보트 ‘캔터51’ 선주의 답이 왔다. 10월 3일에 보자고 한다”며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항해 준비를 할 계획을 적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는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공직에 있는 사람 가족인데 부담이 안 되냐’고 묻는 말에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명예교수의 출국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거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야권은 “외교장관은 가족에만 특별 해외여행 허가를 내렸나”라며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여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하다”는 등 쓴소리를 하며 국감 전 강 장관 가족 이슈가 발목을 잡을까 크게 우려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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