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장관 배우자 이일병 교수의 요트 구입 미국行에 여야 불문 정치권 비판 / 강 장관 사과 “미루고 미루다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 / 이 교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여행 자제 권고에도 베트남 등 여행한 것으로 드러나 / 국민의힘 “내로남불 일삼는 문재인 정부의 고급스러운 민낯”
강경화(사진)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것을 두고 야권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여권에서 역시 코로나19 시국 속 해외여행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강 장관은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남편의 귀국을 강제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의 출국 사실은 지난 3일 KBS 보도로 알려지게 됐다. 이 교수는 출국 전 자신의 블로그에 “유럽에 있는 뉴욕 알루미늄 보트 ‘캔터51’ 선주에게서 답이 왔다. 10월3일에 보자고 한다”라며 미국에서 억대의 요트를 구입해 카리브해까지 항해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교수는 ‘강 장관이 혹시 뭐라고 안 그러셨냐(말리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서로 어른이니까. 놀러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공직에 있는 사람 가족인데 부담을 안 느끼나’란 질문엔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했다.
외교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따라 지난 3월부터 특별여행주의보를 유지하고 있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해외여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강 장관은 논란이 거세지자 4일 “국민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다만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남편 이일병 교수가 지난 2017년 6월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
그런데 강 장관의 남편은 지난 2월에도 ‘베트남 여행 최소화’라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호찌민 지역을 관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호찌민 대표 관광 코스인 전쟁박물관과 호찌민시 박물관 등도 찾았다고 적었다.
당시 정부는 중국과 교류가 많은 싱가포르·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대만 등 6곳에 대해 우선적으로 해외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었다. 이 교수가 호찌민 여행 중이었던 시점은 해당 권고가 나온 직후였다.
이 교수는 베트남을 다녀온 이틀 뒤 대구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카리브해로 여행을 떠난 사실도 드러났다. 6월에는 그리스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취소한 사실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며 자신들은 이율배반적인 ‘내로남불’을 일삼는 문재인 정부의 고급스러운 민낯”이라며 강 장관과 그의 배우자를 맹비난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국민은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 따라 긴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추석 성묘조차 못 갔는데 정작 정부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 남편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니 믿기 어렵다”면서 “외교부 장관은 가족에게만 특별 해외여행 허가를 내렸나. 제대로 된 문명국가인가”라고 논평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에게는 해외여행 자제하라 틀어막으면서 장관 가족은 ‘내 삶을 다른 사람 위해 양보할 수 없다’라며 유유히 출국한다. 코로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어나가는데, 고관대작 가족은 여행에 요트까지 챙기며 욜로(Yolo)를 즐긴다”면서 “그들만의 추석, 그들만의 천국”이라고 비판했다.
강 장관 남편 논란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서둘러 ‘선 긋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4일 신영대 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로 적절하지 않은 처신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로 명절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민께 국무위원의 배우자로 인해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이날 코로나19 돌봄 취약 관련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강 장관 배우자 논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며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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