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美요트투어' 사과한 강경화 "미루다 간 것…귀국은 어렵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배우자의 해외여행으로 구설수에 오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0.04. dahora83@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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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 여행을 떠난 것과 관련해 사과했다. 하지만 이 교수의 즉각적인 귀국은 어렵다는 뜻을 피력했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일부 실국장급 간부들과 업무 관련 회의를 하던 도중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 교수의 미국 출국 사실과 관련한 언급이었다. 이 교수의 경우 요트 구입 및 미국 동부 해안 항해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이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편 관련 문제와 관련해 "송구스럽다. 귀국하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가지말라고 설득했음에도 남편이 여행을 간 것이냐'라는 취지의 질문에는 "결국 본인이 결정을 해서 떠난 것"이라며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고 답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이 없다"는 말을 반복해 왔는데, 결국 논란의 당사자격인 강 장관이 직접 고개를 숙이게 됐다. 야권 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이 교수를 겨냥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자 빠른 사과를 택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남편의 즉각적인 귀국에는 선을 그었다.
당초 외교부가 코로나19(COVID-19)에 따라 전 국가·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이 교수의 '요트 여행'이 비판을 받았다. 이 교수의 출국이 추석 연휴 기간 중에 이뤄진 점도 지적의 대상이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전국민 이동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는 "여행도 고향행도 자제해달라"고 해놓고, 사회 지도층은 미국으로 '요트 여행'을 당당하게 가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이 교수는 출국에 앞서 KBS 취재진에게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직자 가족인데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며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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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도, 이낙연도…"강경화 남편 美여행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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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8.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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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미국 여행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부적절하다"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코로나19(COVID-19) 돌봄 취약 관련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강 장관 배우자 논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며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신영대 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통해서도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로 적절하지 않은 처신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코로나19로 명절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민께 국무위원의 배우자로 인해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강 장관 남편 관련 논란이 민심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지도부 차원에서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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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고향에도 못갔는데 강경화 남편은 맘대로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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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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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이번 논란에 대해 "국민에게 절망과 분노만 가져다 줬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들은 정부의 해외여행자제 권고에 따라 긴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추석성묘조차 못 갔다"며 "그런데 정작 정부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 남편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니 믿기 어렵다. 이게 제대로 된 문명국가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민들에게는 해외여행 자제하라 틀어막으면서 장관 가족은 '내 삶을 다른 사람 위해 양보할 수 없다'며 유유히 출국한다. 코로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어나가는데, 고관대작 가족은 여행에 요트까지 챙기며 욜로(Yolo)를 즐긴다"며 "그들만의 추석, 그들만의 천국"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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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서진욱 기자 sjw@mt.co.kr,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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