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에도 불구하고 요트 구매차 미국을 방문해 논란을 일으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왼쪽)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KBS 뉴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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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여행 취소를 권고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미국행에 올라 논란을 빚고 있다. 강 장관은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이번 사건이 강 장관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KBS는 이 교수가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이 교수는 블로그에 ‘캔터 51’ 요트를 구매한 뒤 이 요트를 타고 미국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캔터 51 요트는 요트제작업체 캔터가 만든 51피트(약 15m) 길이의 항해용 요트로 최소 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여행 목적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냥 여행 가는 것이다. 자유여행”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하루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 3월 23일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뒤, 6월 20일과 지난달 19일 이를 두 차례 연장했다.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시 해외여행 취소와 연기를 권고하지만 여행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무부처 장관의 가족이 불요불급한 일로 여행 취소 권고를 지키지 않음에 따라 외교부의 여행경보에 대한 신뢰도와 대국민 설득력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에도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강 장관은 4일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남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하고 했습니다만 결국 본인도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 사태가 강 장관 거취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장관이라는 점에서 이 일을 계기로 연말 개각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강 장관이 사과하긴 했지만 직접 이야기를 듣고 내막을 파악해 봐야겠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강 장관이 실국장회의에서가 아니라 직접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사퇴까지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특혜 의혹과 북한군에 의한 공무원 피살 사건 대응 논란에 이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강 장관의 거취가 거론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현 정부 원년멤버인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5년 임기를 함께 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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