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당 명운 걸린 서울시장 재보선 전략 준비
당명‧정강정책 개정에 5‧18 무릎사과까지…중도표심 공략
후보 인물난에 고심, 안철수와 선긋기…'비정치인'‧'참신성'에 무게
당 안팎 기존 정치인들 경선 가능성도…연말 본격 윤곽 드러날 듯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사진=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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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를 물색 중인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 등 중도표심 공략에 나선 김 위원장이 마지막 퍼즐인 '시장 후보' 선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보수색' 뺀 당명에 5‧18 무릎사과까지…서울 중도민심 노린 포석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사실상 당의 명운(命運)이 걸린 한판 승부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지난 4‧15 총선까지 연거푸 4연패를 당한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 몰린 신세다. 당내에선 서울시장 보선에 패할 경우 아예 간판을 내리고 당을 해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수장으로 부임한 김 위원장은 불과 3개월 만에 당명 개정과 5‧18 무릎사과 등을 추진하며 당 개혁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중도층 민심이 당락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울시장 선거를 고려한 포석인 셈이다.
일단 '토양 다지기'엔 어느 정도 성공한 분위기다.
새 당명 선정 과정에서 보수 색채를 뺀 '국민의힘'이 채택된 데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기본소득'과 '5‧18 정신 계승' 등을 담은 정강‧정책 개정안도 무리 없이 통과됐다. 일부 진통이 있긴 했지만 당 상징색도 결국 김 위원장이 선호하는 '빨강‧파랑‧하양'의 3색 혼용안(案)으로 결정됐다.
김 위원장은 특히 지난 8월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과 메시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수해가 발생했던 지난 8월엔 전남 구례를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봤고, 일부 의원들은 현장에서 복구활동을 도왔다. 김 위원장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 구례를 재차 방문해 복구 현황을 점검했다. 서울 유권자의 30% 가량이 호남 출신임을 감안하면, 호남을 배척하는 듯한 기존 보수정당의 이미지로는 내년 선거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탄핵과의 결별'도 추진 중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총선 백서 발간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검토했던 사실을 털어 놓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면 대국민 사과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색깔을 배제하면서 '좌클릭'을 통해 중도표심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선에선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5% 달하는 영남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다르다"며 "서울은 중도층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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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물색 '스무 고개' 김종인…비정치인 출신 파급력 기대감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관건은 역시 인물이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돌이켜 봤을 때, 정치권 이력보단 참신한 후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시장을 역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시장은 시장선거 출마 당시 국회의원 경력이 길지 않았고, 심지어 박원순 전 시장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선거에 뛰어들었다.
김 위원장 또한 참신성을 후보 선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두는 듯한 발언을 자주 해왔다. 이번 보궐선거를 지난 2011년 오 전 시장의 시장직 사퇴 직후 상황에 빗대며 유권자들이 '새 얼굴'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말까지는 박 전 시장과 같은 인물이 혜성처럼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김 위원장은 김동연 전 부총리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기업인 출신 인사 등을 연이어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 소기의 성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후보를 물색하는 동안 '5분 발언' 윤희숙 의원 등 초선의원 출마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시간을 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학자 출신 초선인 윤 의원으로는 서울시장이란 큰 판은 감당할 수 없을 것"며 "지금은 흥행을 위해 열어둔 것이지 윤 의원의 출마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당내 기존 인사들 중에선 오 전 시장과 나경원·김용태·이혜훈 전 의원, 김선동 사무총장, 권영세·박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거론된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통화에서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는데 아직은 뭔가 선언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무게 중심이 대선 쪽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 전 원내대표도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할 처지가 아니라 지켜보고 있다"고 했고, 김용태 전 의원은 "당내 경선을 실시하게 된다면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야권 후보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대해선 김 위원장의 선긋기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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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경제 3법을 두고 안 대표와 신경전을 벌인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안 대표의 역량에 대해 "굳이 내가 평가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혹평을 가했다. 사실상 안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 아니냐는 분석이다.
선거가 임박해지면서 마땅한 적임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엔 결국 기존 후보군으로 당내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 후보에 대항한 맞춤형으로 맞불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김 위원장은 물론 당의 운명이 모두 걸려 있다"며 "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김 위원장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쓰든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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