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현금화' 변수…현실화 땐 한일관계 수렁 속으로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일본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총리를 필두로 하는 새 내각이 출범했다. 한일 정상이 서한 교환과 전화통화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조만간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스가 총리가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아베 계승'을 내세우고 있어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르면 연말쯤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현금화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한일 관계는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질 수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16일 일본의 99대 총리로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일 바로 축하서한을 보내 "일본 정부와 언제든 마주 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의 손짓을 보냈다. 스가 총리도 사흘 뒤인 19일 답신을 보내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구축을 기대한다"고 호응했다.
뒤이어 한일 정상은 지난달 24일 첫 전화통화를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양국 간 입장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적 해법을 함께 찾아나가자"고 했다. 스가 총리는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 노력을 독려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한일 정상이 잇단 소통을 통해 대화 의지를 재확인한데 더해 한일 외교당국은 기업인 등 필수인력의 특별입국절차(신속통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신속통로 도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혔던 한일 간 인적 교류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아베 총리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우파적 색채가 옅은 인물이라는 분석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더한다. 스가 총리는 보건·방역 협력 등 실용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은 풀어내려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130주년 노동절인 1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2020.5.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다만 스가 내각은 아베 외교의 방향성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 총리는 앞서 토론회에서 "외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아베 총리와는 당연히 상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을 유임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스가 총리는 "한일청구권협정이 한일관계의 기본"이라고 했다. 일본은 한국 내 징용피해자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측에 제공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는데, 이 같은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셈이다.
반면 한국은 2018년 10월 나온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 권리 실현 및 한일 양국관계 등을 고려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에 대한 자산 현금화가 현실화하면, 스가 총리가 더욱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있다.
일본은 자산 현금화 조치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해왔다.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가 징용기업의 압류 자산 현금화에 대비해 비자 발급 조건 강화,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 보복조치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한일 외교당국은 현금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해가자는 데 뜻을 모았지만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양국 관계 개선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연내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데, 한중일 정상회의가 대면 회의로 진행될 경우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첫 양자회담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만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한일 관계 개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를 인용해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에 관해 현금화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의 확약이 없으면 스가 총리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강제징용 문제가 발단이 돼 경제와 안전보장 영역까지 경색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올해 한국 주도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해 관계 개선 필요성과 의지를 양국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minssun@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