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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뚜벅이 배달·손편지…자영업자, 눈물의 '언택트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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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이태성 기자, 이강준 기자, 정경훈 기자] [편집자주] 옷, 책, 생활용품은 물론, 커피, 팥빙수 등 디저트, 삼겹살구이까지, 모든 게 배달되는 시대. 소비자들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환호하지만 가게를 내고 장사를 하던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자영업 빙하기', 그 심각한 위기 상황을 진단해본다.

[MT리포트]'언택트 빙하기' 자영업 공룡이 쓰러진다 (下)


"이제 우리도 배달" 코로나 시대 자영업의 생존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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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앨리웨이 광교에서 실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드라이브'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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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가 '비대면 시대'를 앞당기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달, 포장으로 소비가 옮겨가면서 매장을 내고 고객을 맞이하던 전통적인 자영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이런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될 것으로 본다. 넓은 매장은 점차 사라지고 물건을 수령하거나 배달하는 용도로 오프라인 매장의 성격이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가 가속화한 자영업 '비대면화'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를 기록하면서 직전 분기보다도 0.3%p 상승했다.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12%를 넘은 건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빈 상가가 늘어갈 때에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12조96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급증했다. 상품군별로 △음식서비스 66.3% △음·식료품 46.7% △생활용품 48% 등에서 증가율이 높았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쇼핑 등 비대면 서비스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상가 중심의 오프라인 자영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이미 시작돼 오프라인 상권 침체가 시작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결정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식당이나 카페에선 입구 한켠에 키오스크(무인판매기)가 자리잡은 모습이 익숙해졌고 배달앱을 이용한 음식 배달 소비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 쇼핑몰이 많아지면서 도소매 업종들은 감소세를 보였는데 올해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음식점 등 업체들까지 공실이 많아졌고 상권 침체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영업만 하던 식당들도 포장 위주로 돌아섰고 이제는 거의 모든 음식점이 배달 서비스를 하고있다"며 "온라인쇼핑이나 배달앱을 쓰지 않던 연령층까지 코로나를 계기로 사용빈도가 늘었기 때문에 비대면 소비 트렌드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마트·편의점도 생존 전략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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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CU 역삼점에서 편의점 직원이 배달원에게 배달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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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소비 증가로 오프라인 매장 불황이 가장 먼저 나타난 곳 중 하나가 대형마트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도 매출 급감을 피하지 못하면서 잇따라 폐점됐다.

롯데쇼핑은 올 들어 총 8개의 롯데마트를 폐점하면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롯데쇼핑은 올해 안에 오프라인 매장 200여개를 폐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배달앱 1, 2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까지 마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체 배달 인력을 활용해 앱으로 주문한 소량의 상품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식이다.

이에 대항하기위해 편의점까지 최근 '도보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GS25는 이미 시행 중이고 CU도 이달 중 앱을 통해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1~1.5km 가까운 거리의 경우 '도보 배달원'을 고용해 물건을 곧바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큰 매장 필요없다, 배달 비중 늘려야"…자영업 체질개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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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된 14일 서울시내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매장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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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은 배달 비중을 늘리면서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매장에 테이블을 최소한으로 두고 벽을 보고 앉아 먹을 수 있는 '혼밥'(혼자 먹는 밥) 전용 테이블만 놓는 식으로 홀 면적을 줄인 배달 전문 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임대료와 고정비를 낮추고 배달 비중을 높이기 위해 '샵인샵' 창업도 확대되고 있다. 샵인샵은 하나의 상가에서 각각 다른 업종의 샵을 동시에 운영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많이 몰리는 오피스 상권에서 낮시간에는 '규카츠 식당'을 운영하고 저녁부터 밤까지는 치킨과 맥주를 파는 호프집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매장 내 테이블 수를 줄이고 주방을 두개로 나눠 한쪽에선 피자를, 한쪽에선 김밥과 분식류를 배달해 판매하는 것도 대표적인 샵인샵 형태다.

정은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고 소비자 수요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샵인샵은 고정비용을 줄이면서 창업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진화해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산업 구조 재편에 맞춰 자영업의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한다고 조언한다.

정 연구위원은 "재택근무와 온라인쇼핑 등으로 기존 상업 공간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니 고객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 주차장을 공유하는 식으로 유연성을 높인 공유경제를 고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창업을 할 때는 서브스크립션(구독경제) 업종이나 구매대행 샵, 빈 점포를 활용한 픽업 스토어 등 신업종·신제품·신서비스의 혁신 창업을 중심으로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기자·이태성 기자


비대면에 적응한 자영업자들 "나는 이렇게 살아남았다"

코로나19(COVID-19)가 발생한지 10개월. 이제 평범한 식당에서부터 피트니스, 편의점 등 다양한 산업에서 비대면에 적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들 자영업자의 모습은 기존과는 크게 달랐다.

특히 기존에는 완전히 대면사업으로만 생각됐던 영역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마저 비대면 사업으로 전환중이다. 이들은 '모두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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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PT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트레이너 박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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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PT를 개설한 트레이너 박모씨(38)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비대면 수업이 비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적었지만 최근에는 전체 수업중 30%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PT란 영상통화가 가능한 앱을 통해 트레이너가 고객이 운동하는 자세 등을 보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며 지도하는 방식의 수업이다.

헬스장 등 피트니스 산업은 전형적인 '대면' 산업으로 꼽혔다. 보통 PT 수강을 원하는 고객이 정해진 시간내에 헬스장에 방문하면 트레이너와 직접 만나 운동을 지도받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헬스장 내에서 '턱스크' 착용 등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자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졌다.

박씨는 "오프라인 수업은 헬스장에 어쨌거나 와야하기 때문에 장소의 제약이 오히려 컸다"며 "온라인 PT는 임산부 같은 외출이 어려운 고객들까지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한 공간에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블루투스 이어폰 정도만 있으면 어느 헬스장에서도 온라인 PT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박씨 설명이다.

박씨는 "고객이 '이번주는 비대면으로 받겠다'고 요청하면 유연하게 대처도 가능하고 향후 이 분야에서도 비대면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비상시에도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돼도 큰 타격 없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먼저 변신한 자영업자들의 조언 "비대면 체질 변화, 선택이 아닌 필수"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한 자영업자들은 체질변화가 생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선제적으로 배달 서비스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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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 A씨는 배달 주문이 들어올때마다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손편지를 담아 제품을 보낸다./사진=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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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2017년부터 서울 관악구에서 운영한 편의점은 경쟁사 사이에 위치해 있고 인근 주택가 세대수가 매우 적다는 점 등 여러 악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배달 매출이 급증해 한 달 배달로만 다른 일반 편의점의 전체 매출을 앞설 정도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A씨는 "고객 리뷰라든가, 배달 보낼 때 손편지를 동봉하는 등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의 사례는 동종업계에 널리 알려져 이제는 경쟁사에서도 A씨 점포를 주목할 정도다.

B씨가 서울서 운영하는 식당은 시장 부근에 위치해 그의 주요 고객층인 2030의 유동인구가 매우 적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B씨 역시 지난해 말부터 배달 서비스 도입을 준비했고 코로나19에 외식업임에도 불구하고 흑자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B씨는 "배달을 시키는 고객들은 맛있고 싸고 양이 많은 제품을 원하는데 이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배달 수요는 앞으로도 급증할 것으로 보여 꾸준히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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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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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이제라도 배달 도입 등 비대면 물결에 맞춰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음식 배달부터 시작해 비대면과 무관해보이는 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자영업자 숫자가 550만명에 이르는 시대에 이들에 대한 국가 지원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당장 개인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영업자 스스로 변화에 맞대응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이 자영업자가 생존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몇 없는 돌파구 중 하나라고 본다"며 "다만 과도한 배달앱 수수료, 독점 시스템을 방지하는 제도 등은 정부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준 기자·정경훈 기자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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