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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흑인여성 총격 사망 ‘경찰관 면죄부’…미국 시위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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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주서 마약수색한다며 급습

남친-경찰 총격 중 잠자던 여성 사망

연루 경찰관 3명 ‘정당방위’ 불기소

항의 시위 도중 경찰관 2명 부상


한겨레

23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경찰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총을 겨누고 방망이를 들고 있다. 이날 켄터키주 대배심은 집에서 잠을 자다 마약 단속을 위해 집에 급습한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 사건’과 관련해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켄터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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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에서 자던 중 마약수색을 위해 급습한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진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 사건’과 관련해 미국 법원이 경찰관들의 죄를 묻지 않기로 했다.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불붙은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또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미국 켄터키주 대배심은 23일 브리오나 테일러 집에 한밤중에 들이닥쳐 총을 발사한 경찰관 3명에 대해, “정당방위”라며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대배심은 이날 경찰관 3명 중 1명을 기소하기로 했지만, 테일러의 이웃집을 향해 총을 쏴 주민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를 적용했을 뿐이다.

지난 3월 켄터키주 루이빌에 사는 27살 여성 테일러의 아파트에 사복 경찰관 3명이 마약 수색을 한다며 들이닥쳤다. 함께 침대에 누워 있던 테일러의 남자친구가 총을 쐈고 경찰도 응사했다. 총격전 와중에 테일러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남자친구는 경찰이 침입자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테일러 사망 사건은 그동안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함께 경찰의 인종 차별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조명받았다. 테일러의 얼굴이 거리 벽화로 등장하고 얼굴 사진을 새긴 티셔츠도 나왔다.

흑인 최초 켄터키주 법무장관이자 공화당원인 대니얼 캐머런은 대배심 평결을 발표하면서 “(테일러 사망은) 비극이었다”며 경찰관들에게 법적 책임까지는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분노와 감정으로만 행동한다면, 정의는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캐머런의 발언은 “악어의 눈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배심 평결 결과가 발표된 뒤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애틀에서는 경찰이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13명을 체포했다. 특히, 테일러가 숨진 루이빌에서는 수천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루이빌 시내 중심가에는 총성이 울렸고 경찰관 2명이 총탄에 맞아 부상을 당하고, 용의자가 체포됐다. 앤디 버시어 켄터키주 주지사는 “폭력에 대한 대답이 폭력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여러분, 제발 집에 돌아가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장갑차 모양의 대형 차량을 이용해 일부 도로를 막았으며 밤 9시부터 72시간 통행 금지령도 내렸다.

시위 과정에서 루이빌에서만 최소 46명이 체포됐다. 시위대는 “그의 이름을 부르자, 브리오나 테일러”라거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해지기 전까지는 모든 생명이 소중하지는 않다”고 외치며 분노와 슬픔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테일러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배심 평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피해 갔다. 그러나 자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캐머런 켄터키주 법무장관에 대해 “환상적으로 일을 한다. 그는 떠오르는 별”이라고 평해, 사실상 평결을 지지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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