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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에 ‘도 넘는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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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음모론 등 연일 제기

박 前시장 생일 동영상 등 공개

“피해자 답지않아” 억지 주장

“與 인사 성비위 사건만 공론화”

변호인 겨냥한 정치적 공격도

세계일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영정.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변호인에 대한 정치적 공격까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도 넘는 2차 가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유튜브에 따르면 채널 ‘열린공감TV’는 지난 17일 ‘고(故) 박원순 시장 고소인 영상 공개’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자막을 통해 “2019년 3월26일 박원순 시장의 생신(일)날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한다”며 “박 시장 뒤에 밀착해 서 있는 여성이 당시 무려 4년간 박 시장으로부터 성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비서 ‘고소인’이다”고 했다.

3분가량의 이 영상에는 박 전 시장과 한 여성이 함께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은 박 전 시장과 여성의 손이 접촉하는 장면과 여성의 손이 박 전 시장의 어깨에 닿는 장면을 확대하고 반복해서 보여줬다. 게시자는 이 여성을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당사자라고 지목했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이날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47만회를 넘겼다.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2차 가해도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고발뉴스TV’가 지난 18일 올린 ‘박원순-고소인 동영상 추가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진행자들은 해당 영상이 2018년 당시 서울시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촬영한 것이라고 소개하며 한 여성을 피해자라고 특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촬영을 주도할 정도로 비서실의 ‘대표 간판’이었다”거나 “자기보다 상사들을 (사진 찍으라고) 부를 만큼 적극적이고 주체적이다. 비서실을 장악하고 있다”는 등 성추행 피해 여성의 모습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피해자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도 공격 대상이 됐다. 고발뉴스는 최근 ‘김재련 해바라기센터 비밀이 풀렸다’라는 기사를 통해 김 변호사가 여당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만 선별적으로 공론화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운영위원인 서울해바라기센터가 박근혜정부 당시 만들어졌고, 김 변호사가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화해치유재단 이사를 역임했다는 것이 근거다. 고발뉴스의 설명과 달리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처음 문을 열었다. 설립 당시는 피해 아동을 위한 기관으로 만들어졌다가 2010년 ‘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가 설치됐다. 김 변호사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서울해바라기센터가 설립된 시기도 2015년이 아닌 20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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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오른쪽 두 번째)가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공격이 피해 여성의 주장을 묵살하고 또 다른 피해자의 고소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일반 국민의 상담 정보가 누군가에 유출된다는 인식을 만들어 피해자가 상담을 꺼리게 되는 상황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정치적인 인물이 가해자인 사건에서 변호인에 대한 공격이 이어진다면 누가 피해 변호인으로 나설 수 있겠나. 본질과 상관없는 부분을 건드려 조력자의 힘을 빼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성관련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신진희 국선변호사 역시 “정치 쟁점화를 통해 ‘갈라치기’를 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2차 가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입에 담기 힘든 저열한 행태들에 차라리 침묵하고 싶을 지경”이라며 “고인이 속했던 ‘진영’을 지킨다는 어쭙잖은 명분으로,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헌신했던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저열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영상 속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하게 만드는 시도 자체가 엄청난 심리적 압박이자, 심각한 2차 가해”라며 “지지부진한 수사당국과 인권위 직권 조사 등이 조속히 이루어져 진실을 밝혀내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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