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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임대료 깎아달라" 자영업자 청구권?.."건물주 수용의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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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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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제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당정 추진본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9.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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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임차인)가 건물주(임대인)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자영자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지만 임대인이 감액 요구를 수용할 의무는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액 요구 기준이나 감액 비율도 정하지 않아 주택임대차3법처럼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만 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코로나19 같은 재난상황에서 경제사정의 변동이 있는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상가임대차보호법상)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 개정안 시행 후 6개월은 연체기간에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회에서도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용기·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통합한 대안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고 24일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법안은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상가임대차법 11조에 따라 지금도 임대인 혹은 임차인은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 변동'이 있는 경우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증감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개정안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추가했다. 코로나19는 '1급 감염병'이다.

또 최대 8개월까지는 임대료가 밀려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 거절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금은 2개월 까지만 보호되는데 이를 6개월 더 연장해 준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보증금을 한 달 치만 받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10개월치를 받는다"며 "임대인이 보증금을 쥐고 상계하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기간을 넉넉하게 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영업자 '구하기' 취지는 동감하지만 임차인과 임대인의 다양한 갈등 사례가 나올 수 있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속전속결' 통과한 주택임대차3법처럼 갈등이 증폭되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효성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개정안은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을 요구해도 임차인이 수용해야 할 의무가 없어서다. 당초 민형배 의원은 임대인이 수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넣었으나 최종 안에는 삭제됐다.

원래도 상가임대차법 11조에 감액을 요구할 조항이 있지만 임대인의 수용 의무가 없다보니 실제 감액권을 행사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대형상가의 임차인 단체는 감액권을 행사하며 소송까지 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영세한 자영업자는 소송비용이나 결과 등을 감안해 권리를 적극 행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차인이 '어떤 기준'으로 '어느 정도'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개정안에는 증감청구권을 행사할 때 증액은 5%까지로 제한했으나 감액은 하한선이 없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어느 정도 줄어야 감액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임대료를 어느 정도까지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도 기준이 없다. 다만 임대인이 감액 청구를 수용하면 기존 '5% 상한' 규정과 상관없이 향후 5% 이상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감액청구권을 행사하는 사례나 이를 수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봤다. 임대인이 받아들일 유인이 없어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위원은 "임대인에게 재산세나 임대소득세 감면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임차인의 요구를 사용할 건물주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대인도 대부분 대출을 끼고 건물을 매입해 대출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며 "정부가 감액청구를 강제로 수용토록 압박한다면 임대인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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