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바이러스” 시진핑 “냉전 생각없어”…유엔 설전

트럼프 “초기 세계를 감염시켜”

시진핑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화상총회서 ‘강공 vs 경계’ 맞불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상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분여간의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위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국제적 협력과 대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전 녹화된 내용을 순서에 맞게 상영하는 화상 연설로 진행됐다. [AP]

미국과 중국 정상이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맞부닥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깊어진 감정의 골은 양국 정상 모두 드러냈지만 강공일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확전을 경계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7분 가량 이어진 연설 내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유엔이 설립된지 7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거대한 글로벌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188개국에서 많은 생명을 앗아간 보이지 않는 적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정식 명칭 대신 의도적으로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해 중국 책임론을 부각했다. 지난 17일 미 하원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부적절한 용어라고 명시한 표현을 국제 외교무대에서 직설적으로 입에 올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코로나19) 초기 국내 여행은 봉쇄하면서 해외 항공편을 허용해 세계를 감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로 화살을 돌려 중국이 WHO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으며 WHO가 인간 대 인간 전염의 증거가 없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밝은 미래를 추가하면서, 세계에 이 전염병을 퍼뜨린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노력 덕에 3개의 백신이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며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미국이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 외에도 인권문제, 기후변화 책임론 등 다양한 문제에서도 ‘중국 때리기’를 이어갔다.

시 주석은 연설 내내 미국을 한 번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국제적 대화와 연대에 중점을 뒀다.

시 주석은 “중국은 다른 나라와 냉전이나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간 차이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도 각국이 연대를 강화해 해결해야 하며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미국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다만 이날 총회의 정상들 연설은 미리 녹화된 것을 차례로 튼 탓에 다른 나라 정상의 발언에 즉각 반응할 수 없었던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총회 현장이나 총회가 끝난 뒤 정상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이날 연설 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보다 앞섰다. 만약 예년처럼 현장 연설이 이어졌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초강경 발언에 대응해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이나 일부 표현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총회장에 나온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정치 바이러스’에 반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표현에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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