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 유·초·중·고 학생들의 등교가 한달여만에 재개된 21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며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1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영등포구 선유초등학교 앞. 마스크를 착용한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학교로 왔다. 이날 교문에 들어선 아이들은 학교 건물에 들어가기 전 띄엄띄엄 줄을 섰다. 체온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교사들은 학생들 손에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체온을 체크한 후 학교 건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이날 이 학교엔 2학년과 5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했다.
수도권 유치원·초·중·고교(고3 제외)의 등교가 재개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수도권 학교들이 등교를 전면 중단한 지 26일 만이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 유치원·초·중·고교 7000여곳이 대상이다. 교육부는 교내 밀집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초·중학교는 전체 학생인원의 3분의 1, 고등학교는 3분의 2만 나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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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들어가기 전 ‘손 소독제’ 필수
수도권 유치원·초·중·고등학교 등교수업이 재개된 21일 오전 경기도 군포시 한얼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손 소독하며 등교하고 있다. 뉴스1 |
오전 7시 30분 인근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다. 선생님들은 학교 입구에서 학생들을 향해 "손 소독제를 잘 바르고 들어오라"고 외쳤다. 열감지기를 통과한 학생만 교내 건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영등포구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 모(17) 군은 “저번에 등교했을 때만 해도 반 팔을 입었는데 벌써 추워져서 긴소매를 입었다”며 “코로나 19 때문에 친구, 선생님과도 많이 친해지진 못했는데 한 학년이 끝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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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수업 필요” vs“코로나 감염 불안”
수도권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등교가 재개된 21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한산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등교 재개를 두고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날 교문 앞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미영(37) 씨는 "아예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학교에서 체계적인 교육도 받고 친구들과 어울려야 아이도 제 나이에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혹시 몰라 손 소독제를 가방에 넣어줬지만, 다시 학교에 나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A(41) 씨는 "그동안 집에서 나름 돌본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선생님,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생겨서 아이도 좋아한다”고 전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윤 모(38) 씨는 “선생님들께서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주신다는 걸 알지만, 많은 아이를 모두 통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 19 감염 우려에서 100% 마음 놓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추석 때까지는 개학을 미뤄달라’ ‘불안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없다’ 등 등교수업 재개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 5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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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인원 통제가 더 효과적”
수도권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등교가 재개된 21일 서울 강동구 한산초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
일선 교사들은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보다 세밀한 방역수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교육부는 전체 인원의 3분의 1 또는 3분의 2만 등교하도록 지침을 내렸지만, 학교장 재량으로 학년별 인원을 제한할지, 학급당 인원을 제한할지 선택할 수 있다. 경기도 지역 초등학교 교사 김 모(32) 씨는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인 교실의 과밀을 방지하려면 전체 학교 인원 제한보다는 한 학급별 인원을 줄이는 게 효과적”이라며 “한 교실을 사용하는 인원을 최소 절반으로 줄여야 교사들도 학생들을 지도하기 쉽고, 학생들도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강동구 한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들이 많이 있는데 학교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교육감들과도 협의해 나가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등교 재개는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진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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