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회장 “의사는 만들어지는 것”…의대교육 질 관리 강조
“공정경쟁 없이 의대입학 우려”…의대생 반발 이대사태와 닮아
교육부 평단사업 추진 이대도 학생 장기농성에 사업철회
입시 안 거친 고졸취업자·성인학습자 입학 우려에 강한 반감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의 집단행동 중단을 국시 응시의사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와 집단휴진 중단에 합의하며 의사 국시 접수기한을 지난달 31일에서 지난 6일로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 가운데 국시 거부 방침에 대해선 이번 주 내로 결정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넷째 날인 1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본관.(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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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선 이번 의대생들의 반발이 지난 2016년 일어난 이화여대 사태와 닮은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정한 입시를 거치지 않거나 성적 낮은 학생이 자신들과 같은 집단에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반발이란 의미다.
논란에 기름 부은 복지부
사태의 발단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23일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방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부족한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 입학정원을 연간 400명씩 늘리는 게 골자다. 복지부는 현 의대 입학정원 3058명을 2022년부터 10년간 3458명으로 늘린 뒤 2032년 다시 3058명으로 되돌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미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 공공의료대학원(공공의대)을 설립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대 학생 선발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에 추천권을 줄 수 있다고 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공식 블로그를 통해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 시도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발하겠다”고 밝히면서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불거진 것. 복지부는 논란이 커지자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결국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나서 “어떠한 경우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선발되는 과정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의대생들은 공공의대와는 별개로 의대정원이 늘어날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성적 낮은 학생들이 의대에 입학할 경우 질 관리가 되겠냐는 반문이다.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회장은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일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의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퀄리티 컨트롤(질 관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대생 수가 늘어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원하는 양질의 의료인을 늘릴 수 있느냐는 것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의대생 질 관리 강조하는 의료계
의대 교수들도 지역의사전형으로 들어올 의대생들의 수학능력에 희의감을 갖고 있다. 졸업 후 10년간 지방에서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에 기존 의대생보다는 성적 낮은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국립대 의대 A교수는 “의대 공부라는 게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수학능력을 못 갖춘 학생들의 입학을 우려했다.
이번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은 4년 전의 이화여대 사태(이대사태)와 닮은꼴이다. 2016년 7월 학생들이 대학본관을 점거하며 시작된 이대사태는 이대가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인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평단사업)에 선정되면서 촉발됐다. 이는 고졸취업자와 3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을 대학 내 단과대학(학부)으로 흡수시키려 했던 사업이다. 그간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에서 부실하게 이뤄졌던 평생교육의 질을 높여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도 담겼었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올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을 거치지 않는 재직자·성인학습자였다는 점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평생교육단과대학의 취지는 좋지만 해당 학생들은 수능도 보지 않고 학업계획서·자기소개서·면접 등을 통해 입학하기에 입학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학생들도 이런 점에 강한 반감을 갖고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것.
그 해 7월 24일부터 시작된 이대생들의 농성은 최경희 당시 이대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계속됐다. 결국 최 총장은 같은 해 10월 19일 사퇴했다. 이대에서 총장이 중도 퇴진한 사례는 130년 학교 역사상 이때가 처음이다.
수능 안 거치고 입학?…거부감이 사태 발단
당시 이대생들은 가만있어도 땀이 나는 한여름부터 무려 84일간 농성을 이어갔다. 이들은 학교 측이 평단사업을 포기한 뒤에도 농성을 풀지 않았으며 총장 사퇴까지 이끌어냈다. 졸업생들도 재학생들의 시위에 동참하며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문 앞에서 졸업장 사본을 붙이는 졸업장 반납 시위를 벌인 것이다.
학생들은 수능도 치르지 않는 학생들이 정식으로 이대생이 되는 것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학생들은 “학교의 학위장사, 교육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를 ‘브랜드 가치 훼손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에 비유했다. 결국 평단사업의 상징적 대학인 이대가 사업을 철회하면서 교육부도 이듬해 이를 기존의 평생학습중심대학지원사업과 통합시켰다. 교육부가 예산 300억 원을 책정,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도 학생들이 작정하고 반발하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일 의대정원확대·공공의대설립 정책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이를 원점에서 논의키로 한 셈이다. 의료계에선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의대 선발방식의 공정성 확보, 의료수가 조정, 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정확한 추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의대 정원이 확대되거나 공공의대가 설립돼도 학생 선발에선 ‘공정 경쟁’ 원칙을 유지하고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A교수는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가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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