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강행" 등 가짜뉴스ㆍ청원 등장
2019년 서울광장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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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찬반 논란이 뒤따랐던 성소수자 행사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서울광장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광장이 아닌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퀴어축제를 두고서도, 보수단체와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은 여전하다. 온라인 등에선 성소수자에 대한 원색적 댓글도 잇따른다.
20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매년 6월쯤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리던 퀴어축제는 18일부터 29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개최 중이다. 코로나 사태 탓에 서울광장 사용이 두 차례나 반려된 끝에, 주최 측이 온라인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퀴어축제가 온라인으로 치러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직위는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높일 기회가 절실했다"고 축제를 취소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결정, 이태원 클럽 코로나 확산 때 불거진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 등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 아직도 여전한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불식시킬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8일 개최된 온라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9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퀴어문화축제 공식 홈페이지에 온라인 부스인 '퀴어부스ON'이 마련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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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자긍심 행진(퍼레이드) 역시 온라인으로 열렸다. 성소수자들은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자신있게 드러내자는 취지로 다양한 차림으로 거리에서 행진을 해 왔는데, 이번엔 실시간 방송으로 참여자 사진을 공유하며 댓글로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직위 관계자는 "광장에서 퍼레이드를 하지 못해 아쉽지만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만큼 전체 행사를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제주시에 거주하는 김모(25)씨도 "매년 축제가 서울서만 열려 못 갔는데 이번에 온라인으로 열려 생애 첫 퀴어축제 참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2019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공연자들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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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퀴어축제가 부득이하게 거리로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도 퀴어축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일부 교회와 보수단체 중심으로 '서울시가 퀴어축제에만 광장 사용을 허가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퍼져나갔고, 일부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이를 근거로 "축제 참여자들이 신체 접촉을 하면서 거리를 활보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급기야 7월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퀴어축제를 취소해 달라'는 글에 23만명이 찬성했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여과없이 발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으로 함께 방송을 보고 댓글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보니, '댓글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19일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을 시청한 김모(25)씨는 "공연에 집중하면서도 혹시 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우루루 몰려와 댓글 테러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조직위 측도 "혐오 표현에 참여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댓글창에 성소수자 혐오 단어를 달 수 없게 조치하긴 했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걱정이 된다"고 했다.
퀴어축제에 대한 노골적 혐오 표현이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것과, 이들에 대해 원색적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시민 의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과 함께 혐오 발언을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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