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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가짜뉴스'에 전시회까지 동원된 2차 가해…그들의 ‘추락’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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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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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A씨와 그의 법률대리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들을 표적으로 한 ‘가짜뉴스’부터 전시회 홍보포스터까지, 동원되는 가해의 방식과 수위 또한 교묘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인터넷 언론 ‘고발뉴스’는 지난 18일 <[단독]김재련 ‘해바라기센터’ 비밀이 풀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다.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성폭력통합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의 운영위원으로 일하면서 여당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만을 선별적으로 공론화 한다는 내용이었다. 고발뉴스는 “해바라기센터는 박근혜 정부 때 만든 국가시스템”이라며 김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 당시 여성가족부에서 권익증진국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여당 인사들의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는 것은 모두 이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20일 경향신문 확인 결과 고발뉴스의 보도는 사실과는 달랐다. 해바라기센터는 노무현 정부가 2002년 출범 당시 내놓은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 중 하나로 설치됐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첫 해바라기센터의 개소가 2004년, 김 변호사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서울해바라기센터가 문을 연 것이 2011년이다. 김 변호사는 개소 첫해부터 운영위원을 해왔다. 모두 간단한 인터넷 검색 만으로 확인 가능한 내용이다.

운영위원인 김 변호사가 센터에 접수되는 성폭력 사건의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해바라기센터의 박혜영 부소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운영위원은 사건을 알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보도 내용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김 변호사는 유능한 성폭력 전문 변호사다. 사건을 선택적으로 공론화한 적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 변호사 또한 “운영위원은 개별 사건과 연결되지 않고 센터 운영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내는 자리”라며 “이상호 기자의 발언은 해바라기센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도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2차 가해에는 전시회도 동원되고 있다. 캐리커쳐 작가 ‘아트만두’와 만화가 박재동 등은 내달 초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 ‘말하고 싶다’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아트만두가 그린 전시회 홍보 포스터에는 입 부분이 뚫린 마스크를 쓴 김 변호사가 과장된 표정을 지은 채 ‘2차 가해’라고 적힌 종이를 든 모습이 담겼다. 포스터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등이 함께 실렸다. 이 포스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널리 알려졌다.

다만 예술의전당 측은 현재 전시회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오는 10월5일까지 모든 전시가 중단 상태”라며 “(‘말하고 싶다’를) 열지 여부도 아직 확인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술의 전당은 코로나19에 의해 중단되는 전시와 관련 일정을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지만 해당 전시에 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2차 가해가 A씨와 같은 성폭력 피해자들은 물론 조력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피해자와 그 조력자들의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차후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진실을 말하고 이들을 돕는 단체나 변호인이 있을 수 있겠냐”며 “지금 상황은 마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입어도 조용히 지내라는 협박과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차 가해성 가짜뉴스가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데 대해 “유튜브에 가짜뉴스가 굉장히 많이 돌아다닌다. 피해자도 이것을 보며 힘들어하고 있다”며 “최근 MBC 논술 문제 사태 등 피해자를 괴롭게 하는 2차 가해가 지속적이다. 피해자가 사건을 접하고 ‘피해자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쓴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해서 모두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MBC는 최근 신입기자 입사시험 논제로 ‘박 전 시장 성추행 문제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제3의 호칭도 상관 없음)’라는 문제를 냈다가 비판이 일자 사과하고 재시험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민지·고희진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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