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받고 라임에 금감원 문서 빼돌린 전 靑 행정관, '징역 4년'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를 무마한 의혹을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4월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라임사태' 몸통으로 지목받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라임에 금융감독원 내부 문서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1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행정관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3667만여원도 추징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뇌물 액수가 적지 않고 여러 차례 범행이 이뤄졌다"며 "특정 관계에 있는 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는 범행은 은밀하게 이뤄지고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밝혀지기 어렵고 근절을 위해서라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행정관은 직무상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019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 전 회장에게서 36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경가법상 뇌물·제3자 뇌물수수 등)를 받는다.

또 자신의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1900만원의 이득을 챙기게 하고 라임 검사와 관련한 금감원 내부 문서를 김 전 회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유출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행정관은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지난해 2월부터 1년여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다.

재판부는 김 전 행정관이 자신의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있는 점과 청와대 행정관 파견 이전까지 금감원 직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했던 점,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하게 판단한다면서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감기관인 라임자산운용과 관련한 보고서를 김봉현에게 열람하게 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했다"며 "또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장모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피고인에 대해 '이분(피고인)이 라임 거 다 막았다'고 발언해 보도되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금감원 자료를 누설한 장소나 경위 등을 보면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만약 김봉현에게 뇌물을 받지 않았다면 라임 조사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는 김봉현의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고 대담한 범죄로 나아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김봉현이 고교 동창이었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변론하고 있지만 학연·지연 등으로 얽힌 뇌물 범죄는 우리 사회의 오랜 병폐"라며 "피고인의 행위로 성실하게 근무하는 금감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고 공정한 업무처리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갔고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달 4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또 추징금 3667만여원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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