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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중앙일보 '송지훈의 축구·공·감'

[송지훈의 축구·공·감] ‘레전드의 마법’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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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입 늦은 기성용 부상까지

수원, 박건하 감독 지체하다 선임

골든타임 놓친 두 명문 힘든 시즌

중앙일보

박건하 감독(左), 기성용(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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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명확한 목표와 꾸준한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게 타이밍이다. 모든 선택에는 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있다. ‘햇살이 비칠 때 건초를 만들라(Make hay while the sun shines)’는 서양 속담은 농부에게만 해당하는 격언이 아니다.

프로축구 K리그의 두 명가 FC서울과 수원 삼성은 올 시즌 ‘타이밍’을 놓친 대가를 무겁게 치르고 있다. 두 팀 모두 구단이 키운 ‘레전드’를 구원 투수로 준비하고도 ‘골든 타임’이 왔을 때 활용하지 못했다. 서울은 팀의 레전드이자 전술의 구심점인 기성용을 당분간 활용할 수 없다. 16일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전 후반에 다리 근육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다친 부위가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경우 복귀에 2~3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기성용이 나간 뒤 흔들린 서울은 10분 뒤 인천 송시우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졌다.

기성용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은 입단 시점을 앞당길 수 있었다. 올 초 선수가 적극적으로 친정팀 복귀를 희망했고, 협상 테이블이 열렸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발생해 계약이 무산됐다. 반년 뒤 재회하기까지 선수와 구단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기성용은 잠시 몸담았던 마요르카(스페인)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발목을 다쳤다. 서울은 강등권까지 추락해 허우적댔다.

사임한 최용수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김호영 서울 감독대행은 돌아온 기성용을 새 리더로 낙점했다. 그를 중심으로 팀 분위기를 바꿔 상위 스플릿(1~6위)에 진출한 뒤,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걸린 파이널 라운드에서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김호영 대행 체제로 서울이 상승세를 타고, 기성용도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기성용의 부상으로 계획에 균열이 생겼다. 서울이 상위 스플릿에 들려면, 일단 20일 대구FC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이긴 뒤에, 6위 강원FC와 수원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서울은 강원과 승점(24)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뒤져 7위다.

서울이 기성용을 좀 더 일찍 영입해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레전드 미드필더는 친정팀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우여곡절 끝에 기성용을 품고도 ‘캡틴 키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 서울 구단의 답답한 마음이 느껴진다. 역시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수원도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 초 사령탑에 오른 박건하 감독은 수원에서만 11년을 뛴 ‘원 클럽 맨’이다. 은퇴 후에 축구대표팀 코치와 서울 이랜드 감독, 상하이 선화 수석코치 등을 거쳤다. 극심한 부진에 빠진 수원의 소방수로는 제격인 지도자다.

다만 지휘봉을 잡은 시점이 좋지 않다. 주승진 감독대행 체제에서 부진(8경기 2승1무5패)이 이어졌는데도 수원 구단은 정식 감독 선임 작업을 미뤘다. 팀이 11위로 내려앉아 2부 강등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자 비로소 박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 감독은 서울전(1-2패)과 포항 스틸러스전(0-0무)에서 첫 승 신고에 실패했다. 선수단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수원은 최하위 인천과 승점(18)이 같다. 다득점에서 앞선 덕분에 11위다.

레전드는 평소에도 자신이 몸담았던 팀에 애정과 관심을 갖는다. 구단 사정을 잘 알고 있고, 팬들의 지지도 받는다. 지도자로든 선수로든, 팀이 어려울 때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경기력을 끌어올릴 매력적인 카드다. 문제는 선택의 타이밍이다. 제대로 맞지 않으면 영입 효과는 떨어진다. 올 시즌 서울과 수원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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