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숨기고 라임펀드 판매한 증권사 센터장 재판에 증인 출석
"원금 손실 가능성 제로라는 설명에 가입했지만 손실률 95%"
법률대리인 "라임 피해자 구제와 범죄자 구속에 단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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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인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된 공판에 피해자 중 한 명인 개그맨 김한석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김씨는 ‘라임사태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공모 관계를 암시하는 녹취록을 처음으로 공개한 장본인이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장 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공판에 김 씨는 “장 씨가 ‘라임 펀드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고 예금처럼 안전하다. 손실이 날 가능성은 로또 당첨되기보다 어렵다’고 말해 그대로 믿고 펀드에 가입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전세 보증금 8억2,500만원을 투자하는 것이어서 항상 안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장 씨도 100% 담보가 있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며 “안전하게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고 해서 주변 동료들에게도 가입한 상품과 장 씨를 소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투자자들에게 손실 가능성을 숨기고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상품을 약 2,000억원어치 판매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장씨가 계약 과정도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투자는 항상 장 씨에게 구두로 설명을 듣고 돈부터 보낸 뒤 나중에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계약서에 자필로 적어야 하는 문구도 장 씨가 미리 연필로 적어오면 그 위에 덧대 쓰는 방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장씨가 계약서에 적힌 ‘공격형 투자’, ‘원금 30% 손실 감수’ 등의 문구는 형식적인 것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김씨는 “2개월 전에 받은 메일에 (펀드) 손실률이 95%로 거의 남은 것이 없다고 나왔다”며 장 센터장의 말과 다르게 큰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씨의 권유로 라임투자운용의 펀드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장씨를 고소했다.
한편 김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정철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김한석 씨가 올해 2월 공개된 장 전 센터장의 녹취록을 제공한 피해 당사자라고 설명했다. 또 김 변호사는 “(김씨의 녹취록 공개 후) 라임사태가 단순히 금융사고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며 “김한석씨는 녹취파일을 제공하면서 방송활동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지 많이 걱정했다. 여러분들께서 응원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실명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가 장 전 센터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에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그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처음 등장한다. 당시 녹취록에서 장씨는 “회장(김봉현)이란 분이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한다. 여기(김 전 행정관)가 키(key)다. 라임을 이 분이 다 막았다”고 말했다. 이후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에게 뇌물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4일 열린 공판에서 그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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