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중국 2340억弗 관세부과, 규정 위반 판결
미 “WTO, 중국 기술탈취 막는데 부적절” 비판
상소기구 ‘기능 정지’…“무역전쟁 단념 못시켜”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세계무역기구(WTO)는 15일(현지시간)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중국에 2년 전 부과한 관세 조처가 무역규정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WTO가 불공정하다고 불평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TO에 뭔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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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패널은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가 WTO 최혜국 대우 조항 등을 위반했다며 제소한 사건에 대해 중국 손을 들어주는 보고서를 이날 냈다. 1년 이상 심리한 결과다.
중국이 문제 삼은 건 2018년 9월, 2000억달러어치의 상품(섬유·화학 등)에 10%의 관세를 미국이 때리고, 이듬해 5월엔 25%로 올린 조처다. 2018년 7월 항공기 부품과 반도체, 현미경 등 340억달러의 물품에 25%의 관세를 물린 것도 제소 대상이었다.
미국으로선 중국 정부가 이들 제품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식재산권을 탈취해 간다고 판단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움직인 것이었다. 이 조항엔 외국이 미국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관행을 유지할 때 대통령에게 관세·수입 제한을 부과할 권한이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WTO 패널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표적으로 삼은 제품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제품에만 관세를 물린 것도 국제 무역 규정에 반하는 걸로 판단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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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즉각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WTO가 중국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놔두기 때문에 뭔가를 해야 할 것“이라며 “한 번 살펴볼 것이지만, 나는 WTO의 팬이 아니다”라며 후속조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성명에서 “이번 패널보고서는 WTO가 중국의 해로운 기술 행태를 멈추기엔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4년간 얘기해 온 걸 확인해줬다”고 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는 판결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며 미국이 이를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
WTO 패널의 이날 판단은 1심 판결로, 이론상 미국이 상소할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엔 큰 변화가 없을 거란 의견이 있다. 블룸버그는 “WTO 패널이 중국에 서류상 승리를 안겨줬지만, 미국이 상소절차를 해체해 WTO를 절름발이로 만든 만큼 의미가 작다”고 썼다.
채드 보운 피터슨국제경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TO에서 최종심을 담당할 기구가 없기에 미국이 패널 보고서를 단지 허공에다 대고 상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TO는 무역 분쟁 해결절차를 2단계로 운영한다. 패널 판결 이후 불복하는 측이 있으면 상소 기구에 판단을 맡긴다. 그러나 현재 상소기구는 기능 정지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소위원 임명 거부를 선언, 정족수 부족으로 작년 12월부터 업무가 중단됐다. WTO가 분쟁해결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는 의미다.
보운 선임연구원은 “중국도 WTO판결이 나오기 전 불만 사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WTO 규정 위반을 지적하고 “이번 분쟁에서 미국, 중국, WTO 모두 패자”라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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