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미·중 관세분쟁 1심 판정 내려
"중국만 타깃 삼은 미국, 국제규정 위반"
미국 정부 당장 반발…"부적절한 판정"
대선 코 앞…트럼프의 중국 비난 세질듯
겨우 봉합한 무역전쟁, 다시 격화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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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이 아닌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부과한 관세를 두고 중국이 WTO에 제소했는데, 첫 판정인 1심에서 미국이 국제 무역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부적절한 판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의 ‘보이콧’으로 WTO의 최종심이 절차대로 이뤄질지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동시에 두 나라간 무역갈등은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WTO “미국, 국제 무역 규정 위반”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WTO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패널(WTO panel)은 이날 미국이 2340억달러(약 276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부과한 관세는 국제 무역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조치가 다른 나라들에는 적용하지 않은 채 중국 제품만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WTO의 판단이다. WTO는 아울러 중국산 수입품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1심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관세 조치에 대한 WTO의 첫 판정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둘을 놓고 중국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2018년 미국은 중국이 부당하게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자국의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관세 조치를 했다. 미국 무역법 제301조를 보면, 해외에서 미국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무역 관행이 있을 때 대통령이 관세 등의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중국은 이같은 조치가 WTO 회원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라며 반발해 왔다. 결국 중국은 WTO에 제소했고, WTO는 지난해 1월 관련 패널을 설치한 후 1년 넘게 이 사안을 심리해 왔다.
이번 판정은 처음 나온 1심으로 최종 확정은 아니다. 미국은 이에 불복할 경우 60일 이내에 상소할 수 있다. 그러나 아예 보이콧 전략으로 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중국 쪽에 기울어 있고,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현재 WTO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는 미국이 보이콧하면서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다.
미·중 무역전쟁 또다시 격화하나
미국 정부는 당장 강하게 반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불공정 무역 관행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WTO를 활용해 미국 노동자와 기업 등을 이용하도록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추후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두 나라는 지난해 초 WTO의 패널 설치를 전후해 무역전쟁이 격화했으나, 올해 초 1단계 합의를 통해 임시 휴전에 들어갔다. 이번 판정에 미국의 불만이 커질 경우 갈등 국면이 더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두 달도 채 안 남은 미국 대선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 강도가 세질 수 있어서다.
WTO는 이번 판정을 내리면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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