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사법부 '성인지 감수성' 도마에
대법 양형위, 한층 강화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 마련
제작 엄벌은 물론 돈 받고 팔아도 최대 징역 27년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104차 양형위원회에서 김영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4일 제104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양형위는 구체적으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범죄를 2건 이상 상습적으로 저지를 경우 최대 29년 3월을 선고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상습성이 인정된 경우에는 최소 징역 10년 6월 이상을 선고하도록 했다. 기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등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가중처벌 시 최대 징역 13년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무거워진 형량이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영리 등 목적으로 판매한 이들에게는 최소 징역 6년에서 최대 징역 27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다수 구입한 이들에게도 최대 징역 6년 9월을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감경 기준도 강화했다. ‘처벌불원’을 특별 감경인자가 아닌 일반 감경인자로 위상을 낮춰 반영 정도를 축소했다. 특히 해당 범행 전까지 단 한 번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만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감경요소로 고려할 수 있도록 했고, 불특정 또는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하거나 상당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엔 형사처벌 전력이 없더라도 감경요소로 고려할 수 없도록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확정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관련 범죄의 양형기준.(자료=대법원) |
이와 함께 양형위는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경우 최대 징역 6년 9월, 촬영물을 영리 목적으로 반포한 경우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디지털 성범죄로 새로 규정된 딥페이크(Deepfake·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합성한 편집물) 범죄 역시 편집자는 최대 징역 5년 7월, 영리를 목적으로 배포할 경우 최대 징역 9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거나 강요(최대 징역 18년)한 이들에 대해서도 각각 최대 징역 9년, 징역 18년의 엄벌을 권고했다.
이번 양형 기준안 마련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사법부가 시대에 뒤떨어진 성인지 감수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서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24)씨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제기된 데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건까지 터지면서 결국 사법부의 가벼운 처벌이 유사한 범죄를 양산하고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다만 양형 기준 강화의 결정적 계기가 된 조주빈 및 그 일당들은 정작 이번 양형 기준의 적용을 직접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양형 기준은 오는 12월7일 최종 의결을 거쳐 관보에 게재돼야 효력을 갖기 때문에 지난 4월 기소된 조주빈은 새 양형 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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