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경기엔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이 더 집중됐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의 복귀전과 더불어 지난 2년간 한국프로야구(KBO) 최고 에이스로 군림했던 조시 린드블럼(밀워키)이 상대 선발로 나섰기 때문이다.
린드블럼은 MLB 진출 후 가장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다만 모든 조명은 상대보다 더 완벽했던 '역대급 신인' 김광현 쪽으로 쏠리고 있다.
김광현은 이날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 파크에서 열린 2020 MLB 밀워키 원정 1차전(더블헤더)에 선발투수로 나서 7이닝 동안 탈삼진 6개, 무실점을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김광현이 정규이닝을 모두 소화하는 동안 점수를 내지 못하다가 8회 말 2실점하며 1대2로 패했다. 코로나19 영향에 올 시즌 MLB 더블헤더 1차전은 7이닝까지만 정규이닝이고, 8회부터는 각 팀이 승부치기를 한다.
앞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4경기 모두 훌륭했지만 이날 김광현의 투구는 시즌 최고였다. 특히 빠르기로는 크게 경쟁력이 없는 시속 140㎞ 중후반대 패스트볼에 완벽한 '제구'를 더해 위력적으로 만들었다. 이날 김광현은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삼진 4개를 잡아냈는데, 이 중 세 번은 타자가 스윙하지 못하고 돌아설 정도로 스트라이크 존을 절묘하게 걸쳐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투수 기본인 패스트볼이 MLB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또 지난 시즌 MLB 내셔널리그 MVP 수상자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겐 각각 높은 쪽과 낮은 코스 슬라이더로 삼진 두 번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김광현은 MLB 진출 후 개인 최다 이닝(7이닝)과 최다 탈삼진(6개)을 함께 달성했다.
'정타가 많았는데 운이 좋다' '패턴이 읽히면 ERA가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올해가 MLB 첫 시즌인 김광현이 선발투수로 나선 5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ERA)은 0.33이다. MLB 100년 역사에서도 이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한 신인 투수는 1981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스크루볼' 투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첫 5경기 ERA 0.20)뿐이다. 단순히 반 박자 빠른 투구 템포나 요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록이다.
김광현은 최근 4경기에서 자책점 0을 기록하며 2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갔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투수 중 이 부문 기록은 2000년 다저스에서 박찬호가 기록한 33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지난 시즌 이 기록 경신에 도전했지만 32이닝에서 중단됐다.
이미 몸값(연봉 400만달러)을 크게 웃도는 활약을 한 만큼 세인트루이스도 김광현을 애지중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김광현은 경기 중 타자와 승부를 앞두고 상의하기 위해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를 불렀는데 더그아웃에서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까지 달려나왔다. 세인트루이스 더그아웃이 신장 경색으로 13일을 쉬었던 김광현이 몸에 이상을 느껴 타임을 불렀다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마운드로 올라온 트레이너에게 미소 짓고 손을 저으며 건강 문제가 아님을 표시했다.
김광현은 경기 후 영상 인터뷰에서 "마이크 매덕스 투수 코치가 '밀워키 타자들이 몸쪽 공에 약하다'고 조언해 몸쪽 빠른 공을 자주 던졌다. 공이 배트 약한 부분에 맞으면서 부러지는 장면도 나왔다. 계획한 대로 공을 던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을 자신한다. 갑작스러운 부상이 생기지 않는 한, 건강에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신인왕 수상 여부도 주목된다. 성적만으로는 내셔널리그 투수는 물론 타자 쪽에서도 비교 대상이 없지만 문제는 뛴 경기 수가 적다는 점이다. 김광현은 현재까지 28.2이닝을 소화해 리그 상위권에 포진한 투수들과 최소 20이닝 이상 차이가 난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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