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판매 아닌 '기술 파트너' 수준 협상
"트럼프의 안보 우려는 해결 못한 거래
위기 조성한 뒤 후원자 이익만 챙겨줘"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과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오라클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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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오라클과 중국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의 거래를 본격 검토한다. 완전 인수가 아닌 '기술협력(파트너십)' 수준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안보 우려 해소에는 한참 미흡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오라클 회장 간 '끈끈한 관계'를 감안할 때 틱톡 논란이 결국 "'실리콘밸리 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보상"(미 CNN방송)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틱톡을 소유한 중국 바이트댄스와 오라클 간에 체결한 '기술협력' 승인 여부를 검토한다. 유력한 틱톡 인수 후보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거래가 무산된 후 오라클이 승기를 잡은 것이다. 틱톡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오라클의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보관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정부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게 양사의 입장이다. 이로써 틱톡은 미국 사업을 계속 유지하고 오라클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클라우드 사업을 발전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두 회사가 미국에 집중 투자와 수천 개의 일자리 창출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간 틱톡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매각 압박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과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15일까지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행정명령까지 발동했다. 이 과정에서 발끈한 중국 정부가 틱톡의 핵심기술인 제안 알고리즘을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시키면서 양국간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더 악화됐다.
결국 오라클과 틱톡 간 거래 성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만 이득을 봤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후원금 모금자로 활동하고 있고, 사프라 캣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다. CNN은 "트럼프가 국제적인 사업 위기를 촉발시켜 놓고 최종적으로는 후원자의 명백한 이익만 도모했다"고 비난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핵심 알고리즘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미 정부가 오라클과 틱톡 간 거래의 최종 승인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WSJ는 "핵심기술이 빠진 거래를 미 국가안보 관계자들이 수용하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기업이 완전히 틱톡을 인수하는 게 아닌 거래 방식은 트럼프가 그간 주장했던 방향과 모순된다"면서 "근본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거래"라고 평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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