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총리' 시대 개막...키워드는 '아베 계승'과 '무파벌'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오후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70%가 넘는 득표를 올리며 승리했다. 오는 16일 임시국회 지명을 거쳐 총리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AFPBBNews=뉴스1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베 신조 총리를 이어 차기 총리로도 사실상 확정됐다.

NHK에 따르면 이날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는 전체의 70%가 넘는 377표를 특표하며 신임 총재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표 394표, 지방당원표 141표 등 총 535표로 진행됐으며 유효 투표수는 534표였다.

경쟁자인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89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68표를 얻는데 그쳤다.

스가 총재는 오는 16일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제 99대 총리에 공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표면상으로는 선거이지만 의회 다수를 자민당이 차지하고 있어 총리 지명은 확실시된다.

━
정책은 "아베 계승"하겠다면서도 "무파벌 인사" 강조
━

/AFPBBNews=뉴스1

이날 저녁 스가 총재는 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나는 아베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파벌 없이 정책에 맞는 과감한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스가 총재는 이날 오후 당선 확정 직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대라는 국난 속에서 정치 공백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국민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아베 총리가 추진해 온 노력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총재 선거 이전을 비롯해 이날도 아베 총리의 외교 정책을 추켜세우면서 한일 관계를 비롯해 외교 노선을 계승하겠다고도 밝혀왔다.

아베 총리는 중도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헌법 개정을 과제로 남긴 것을 두고 "장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는데, 스가 총재도 이날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관공서의 수직적 기득권, 나쁜 전례주의를 타파하고 규제 개혁을 진행하겠다. 구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당내 5개 파벌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정권 운영이 파벌에 좌지우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스가 총재는 "파벌의 폐해는 전혀 없다"면서 "과감히 내 정책 방향에 맞는 사람들을 등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개혁 의지'를 가졌는지를 가장 먼저 보겠다고 했다.

스가 총재는 자신이 밑바닥에서 시작해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아키타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지연도 혈연도없는 정치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면서 "제로(0)에서 다시 시작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자민당 총재에 취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파벌 다툼은 이미 시작"...후임 관방장관은 누가
━

/AFPBBNews=뉴스1

아사히신문은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 "열광없는 스가의 압승"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투표 전부터 스가 신임총재는 자민당내 7파벌 중 5개 파벌로부터 지지를 얻었고, 투표 방식도 지방 당원 비중을 줄인 약식선거로 결정되면서 이미 승부가 결정났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내 관심은 일찍부터 빈자리 배분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으로 옮겨갔다"고 지적했다. 스가 신임총재가 지연과 학벌, 파벌 없는 '탈 파벌'을 강조했지만, 결국 그를 밀어준 파벌들에게 보은 인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스가 장관은 곧바로 자민당을 비롯해 장관급 인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의 연임이 유력시 된다. 오는 15일에는 공명당과 연립 정권 합의를 맺고, 이튿날 총리에 선출되면 스가 내각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스가 총재의 인사는 니카이 간사장을 가장 먼저 챙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자민당 파벌 중 처음으로 스가 총재를 지지했고, 선거 방식도 스가에게 유리하도록 약식 선거로 결정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자리는 스가 총재가 7년8개월간 머물렀던 관방장관의 자리다. 니카이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 인재가 발탁될 수 있지만, 우선은 니카이 간사장과 친분이 있는 이시하라파의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이 거론된다. 당내 2대 파벌인 아소파 소속인 고노 다로 방위상도 하마평에 올랐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