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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생사 묻는 고독사 방지 모임…만화 '안녕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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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안녕 커뮤니티 1권 (사진=창비 제공) 2020.09.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밤새 안 죽었냐?"

'안녕 커뮤니티'는 1인 가구의 고독사를 물꼬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문제, 가부장제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 다문화가정과 성소수자가 받는 차별, 젠트리피케이션을 둘러싼 주민들의 대립 등 다양한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다.

이 만화는 가부장제의 억압과 차별, 땅값과 집값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 턱없이 부족한 복지 인력과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등 다양한 사회문제도 잊지 않는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시 상기시킨다.

작가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들을 유머로 승화시키며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노련하게 풀어간다. 장면 하나하나에 숨어 있는 깨알 같은 디테일, 살아 숨 쉬는 촌철살인의 대사, 어딘가 실재할 것 같은 생생한 등장인물들의 묘사도 독서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안녕 커뮤니티 회원들의 삶은 어느 하나 순탄하지 않다. 오래전 아내와 사별한 홀아비 덕수는 피부색이 다른 며느리와 손주들에게 날아드는 차별적인 말에 불같이 화를 내며 온 동네를 돌아다닌다.

덕수의 다음 순번으로 커뮤니티에 든 쌍연과 영순 부부는 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처지라 몸이 아파도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다. 퇴직한 교사 경욱은 ‘아들 아들’ 노래를 부르며 대놓고 손녀와 손자를 차별하는 남편 형팔이 늘 불만이다.

세봉은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느라 벅차고, 보경은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는 반려인 영남 때문에 힘들어하며, 서울에서 온 미스터리한 쪽방촌 주민 분례는 매일 폐지를 줍고 김밥을 팔러 다닌다.

가까이 지내던 이웃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들은 동네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자신들 역시 언제 혼자 있다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마다 고달픈 사연을 가진 이들이 각자 방법으로 살아남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자기 자신에게 닥친 여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이들이지만 다 같이 모이면 속없이 즐겁기만 하다.

마지막 가는 길, 자존심이라도 지켜주려고 매일 아침 서로의 생사를 묻는 고독사 방지 모임 '안녕 커뮤니티'는 그렇게 탄생했다. 다드래기 지음, 창비. 각 608쪽, 각 2만원.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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