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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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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후계 스가②]日특유 '파벌 정치'가 만들어낸 '無파벌'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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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옅어 '아베 뒷정리+내년 총선 준비' 적임 판단

내년 당 총재 경선 재도전은 미지수…경쟁 치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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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자민당 총재 <자료사진>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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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 대표적인 '무파벌' 인사로 꼽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14일 치러진 당 총재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건 역설적으로 당내 파벌 간의 이해관계가 스가 장관 한 사람을 통해 맞아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벌인 각종 정책 사업들을 '뒷정리'하면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예상되는 총선거(중의원(하원) 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데는 자기 색깔이 강한 인물보다는 상대적으로 '무색무취'란 평을 듣는 스가 장관이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가 총재는 그동안 관방장관으로서 내각인사국을 이끌며 관료사회를 장악해왔기에 정권 임기 말 관료들의 '반란' 또한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아베 '중도 사임' 1년 당겨진 경선…임기도 1년 남짓

당초 자민당은 현 총재인 아베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 정기 당 대회를 열어 임기 3년의 새 총재를 뽑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지난달 28일 건강 악화(궤양성 대장염 재발)를 이유로 중도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경선 일정 자체가 1년 앞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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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관저 기자회견에서 총리직 중도 사임 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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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에선 관례상 원내 제1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 때문에 아베 후임으로 자민당의 새 총재가 되는 사람인 곧 일본의 새 총리가 된다. 이에 따라 이날 경선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무조사회장을 꺾고 자민당의 제26대 총재가 된 스가는 오는 16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투표 형식을 거쳐 일본의 제99대 총리로 공식 지명된다.

단, 스가 총재는 아베 총리의 중도 사임에 따라 치러진 경선에서 새 총재로 선출됐기 때문에 일단 아베의 잔여 임기였던 내년 9월까지 총재직을 수행하게 된다.

◇ 내년 경선 재도전 욕심 낼지는 '미지수'…경쟁 치열할 듯

물론 일각에선 스가 총재 임기 중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스가 총재 또한 욕심을 부려 내년 9월 경선에도 재차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으나, 내년 경선엔 이번보다 더 많은 경쟁자들이 훨씬 더 전투적으로 '포스트 스가'(스가 총리 후임)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파벌 지지 기반이 약한 스가 총재가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번 경선 경쟁자였던 이시바 전 간사장과 기시다 회장 외에도 소속 파벌인 아소(麻生)파의 뜻에 따라 경선 출마를 접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등이 '포스트 스가' 주자들로 거명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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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열린 일본 도쿄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 무대 왼쪽부터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정무조사회장.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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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상,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간사장 대행,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선거대책위원장,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 등 역시 자천타천으로 총재 경선 출마가 거론되다 일제히 '스가 지지'를 선언한 소속 파벌의 뜻에 따라 꿈을 접었다.

스가 총재는 당내 7대 파벌 중 호소다(細田)·아소(麻生)·다케시타(竹下)·니카이(二階)·이시하라(石原)파 등 5곳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번 경선에서 뛰어들었다. 단순 계산하자면 적어도 국회의원 중에선 이시바·기시다의 파벌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스가를 이번 경선에서 당 총재로 밀었다는 얘기다.

◇ 스가도 일단 "아베 정권 계승" 내걸고 '현상 유지' 방점

그간 당내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차기 총재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스가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노 방위상, 심지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에게까지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각 파벌이 '스가 지지'로 의견을 모으지 않은 채 이번 경선에서 자유투표에 임했다면 당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가 총재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듯, 지난 2일 경선 출마선언 때부터 "아베 정권 계승"을 최우선 기치로 내걸었다. 한 마디로 '현상 유지'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는 당초 기시다를 후계자로 점찍었었지만 '정적' 이시바보다 당내 지지세가 약한 것으로 파악되자 결국 스가 지지 쪽으로 돌아섰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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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 <자료사진>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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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퇴장에도 '킹메이커' 니카이 건재…물밑에선 파벌 주도권 다툼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올 들어 잇단 스캔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등의 악재로 내각 지지율이 20%대 후반까지 떨어지는 등 '아베 정권의 순조로운 마무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들자 당내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일찌감치 스가 정권 구상을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달 아베 총리의 건강악화설이 불거진 틈을 타 가장 먼저 스가 장관과 접촉하고 파벌(니카이파) 차원의 지지를 선언함으써 '스가 대세론'의 불씨를 당겼다. 그리고 니카이의 이 같은 결과적으로 스가 정권의 '무혈 수립'을 만들어냈다.

앞서 당 총재 3연임에 필요한 당칙 개정을 주도, 아베 총리 일본 헌정사 최장수 총리 기록을 만들어줬던 니카이 간사장이 이번에도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15일 예정된 스가 총재의 첫 당직자 인사에서 유임이 유력시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물밑에선 당내 파벌 간에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스가 총재 본인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정치는 살아 있는 것"이기에 내년 이후 일본의 정국 상황을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나 스가 정권 탄생과정에 얽혀 있는 각 파벌의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스가 총재가 당분간 자기 색깔을 드러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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